‘인질 8명 석방 도중 되돌아갔다’ 등 보도 돋보여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 8명을 정부쪽 인도 장소로 데려가는 도중 주변에 아프간 정부의 전차 등이 배치돼 있자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급거 되돌아 갔다.”(일본 〈엔에이치케이〉) “여성 6명, 남성 2명의 한국인 인질들이 석방돼 미군 기지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에이피〉통신)
‘8명 석방설’이 나돌던 26일 새벽, 긴박한 상황 속에서 엇갈렸던 보도는 서방 언론의 완패, 일본쪽 취재력의 승리로 끝났다. 23명의 최대 규모 인질 사건이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슬람권 언론과 일본, 서방 언론의 보도 3파전이 벌어지고 있다. 평소 이 지역에 대한 관심 및 취재망 부족이라는 한계에 정부의 현지 취재 불허(아프간 정부에 비자 발급 금지 요청)까지 겹치면서 한국 언론들이 외신들에만 의존하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먼저 이슬람권의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와 〈알자지라〉가 보도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 전까지 한국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AIP〉는 탈레반 세력과의 긴밀한 취재망을 바탕으로 협상시한 연장, 탈레반의 한국정부와 직접대화 요구, 인질 맞교환 요구 등을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하고 있다. 〈AIP〉는 옛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했던 1982년 출범했으며, 아프간이 아닌 이웃국가 파키스탄의 페샤와르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당시 소련의 공격을 피해야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이 서방 언론보다 발빠르고 정확하게 이번 인질사건 소식을 보도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카불에 지국을 둔 〈교도통신〉은 인질 8명이 25일 석방될 것이라는 소식을 제일 먼저 보도했다. 〈엔에이치케이〉는 애초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던 인질 8명이 왜 다시 억류됐는지 사연을 정확하게 전했다. 그동안 일본 언론이 중동은 물론 아프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지역에까지 탄탄한 취재 네트워크를 구성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요미우리신문〉이 아프간 정부에 의존해 수감자 석방 대신 몸값으로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도한 것은 사태 파악에 혼선을 빚기도 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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