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7·7테러 사전정보 줬는데도 막지 않았다”
런던 방문 〈BBC〉 회견서 주장…영 정부 즉각 부인
영국 외무장관 불편한 심기…양국 장관 행사 불참 우의를 다지려고 20년 만에 영국을 국빈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영국 정부의 ‘테러 불감증’을 비난하는 바람에 양쪽의 불화가 커지게 됐다. 사전에 정보를 줬는데도 영국 정부가 2005년 런던 7·7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그의 발언에 영국이 발칵 뒤집혔다. 압둘라 국왕은 29일 영국 도착 전 방영된 <비비시>(BBC)방송 인터뷰에서 테러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불행히도 영국을 비롯한 대다수 나라들이 테러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테러공격(7·7테러) 전에 정보를 영국에 줬지만 조처가 취해지지 않았다”며 “(사전대응을 했다면) 비극을 막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에이피>(AP)통신은 7·7테러 몇달 전 사우디 정부가 런던 테러를 계획하는 세력에 자금을 대는 인물을 체포하고 이를 영국에 알렸다는 증언이 나온 바 있다고 보도했다. 비슷한 비난에 시달리던 영국 정부는 매우 곤혹스러워하며 이 발언을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영국 정부 고위관리는 사우디가 준 정보는 너무 막연했다고 반박했다. 사우디가 알려준 계획은 지하철과 버스에 대한 폭탄테러로, 52명이 숨진 7·7테러와는 다른 내용이라고 영국 국내정보기관 MI5는 주장했다. 영국 언론들은 사우디 국왕의 ‘폭탄 발언’에는 테러와 인권 문제를 놓고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을 물타기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풀이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사우디 정부가 대테러 정책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다른 쪽에서는 근본주의 색채가 강한 이슬람 와하비즘 세력과 연계돼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수백명을 공개 참형에 처하고, 여성은 운전도 못하게 하는 사우디의 현실도 비난 대상이다. 지난해에는 영국 비에이이(BAE)시스템스가 1985년 사우디에 무기 886억달러(약 80조원)어치를 팔면서 반다르 빈술탄 왕자한테 리베이트 10억달러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압둘라 국왕의 조카이자 국가안보보좌관인 반다르 왕자는 이번 순방에 동행 중이다. 여객기 5대에 수행원 600여명을 태우고 중동 평화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유럽(영국 이탈리아 독일 터키) 순방에 나선 압둘라 국왕의 행차 분위기는 이 발언으로 첫날부터 썰렁해졌다. 데이비드 밀리번드 영국 외무장관은 입양할 아기를 보러 미국으로 떠난다며, 양국 외무장관이 참석하기로 된 행사에 나오지 않았다. 영국 외무부는 아기가 예정보다 일찍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압둘라 국왕의 발언에 대한 불쾌감 때문이 아니냐는 뒷말이 돌고 있다. 빈센트 케이블 자유민주당 임시총재는 압둘라 국왕을 위한 국빈만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디펜던트>의 중동 전문기자 로버트 피스크는 “9·11 테러범들은 대부분 사우디 출신이 아니냐”며 ‘당신들이나 잘하라’는 투의 충고를 던졌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영국 외무장관 불편한 심기…양국 장관 행사 불참 우의를 다지려고 20년 만에 영국을 국빈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영국 정부의 ‘테러 불감증’을 비난하는 바람에 양쪽의 불화가 커지게 됐다. 사전에 정보를 줬는데도 영국 정부가 2005년 런던 7·7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그의 발언에 영국이 발칵 뒤집혔다. 압둘라 국왕은 29일 영국 도착 전 방영된 <비비시>(BBC)방송 인터뷰에서 테러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불행히도 영국을 비롯한 대다수 나라들이 테러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테러공격(7·7테러) 전에 정보를 영국에 줬지만 조처가 취해지지 않았다”며 “(사전대응을 했다면) 비극을 막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에이피>(AP)통신은 7·7테러 몇달 전 사우디 정부가 런던 테러를 계획하는 세력에 자금을 대는 인물을 체포하고 이를 영국에 알렸다는 증언이 나온 바 있다고 보도했다. 비슷한 비난에 시달리던 영국 정부는 매우 곤혹스러워하며 이 발언을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영국 정부 고위관리는 사우디가 준 정보는 너무 막연했다고 반박했다. 사우디가 알려준 계획은 지하철과 버스에 대한 폭탄테러로, 52명이 숨진 7·7테러와는 다른 내용이라고 영국 국내정보기관 MI5는 주장했다. 영국 언론들은 사우디 국왕의 ‘폭탄 발언’에는 테러와 인권 문제를 놓고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을 물타기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풀이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사우디 정부가 대테러 정책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다른 쪽에서는 근본주의 색채가 강한 이슬람 와하비즘 세력과 연계돼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수백명을 공개 참형에 처하고, 여성은 운전도 못하게 하는 사우디의 현실도 비난 대상이다. 지난해에는 영국 비에이이(BAE)시스템스가 1985년 사우디에 무기 886억달러(약 80조원)어치를 팔면서 반다르 빈술탄 왕자한테 리베이트 10억달러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압둘라 국왕의 조카이자 국가안보보좌관인 반다르 왕자는 이번 순방에 동행 중이다. 여객기 5대에 수행원 600여명을 태우고 중동 평화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유럽(영국 이탈리아 독일 터키) 순방에 나선 압둘라 국왕의 행차 분위기는 이 발언으로 첫날부터 썰렁해졌다. 데이비드 밀리번드 영국 외무장관은 입양할 아기를 보러 미국으로 떠난다며, 양국 외무장관이 참석하기로 된 행사에 나오지 않았다. 영국 외무부는 아기가 예정보다 일찍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압둘라 국왕의 발언에 대한 불쾌감 때문이 아니냐는 뒷말이 돌고 있다. 빈센트 케이블 자유민주당 임시총재는 압둘라 국왕을 위한 국빈만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디펜던트>의 중동 전문기자 로버트 피스크는 “9·11 테러범들은 대부분 사우디 출신이 아니냐”며 ‘당신들이나 잘하라’는 투의 충고를 던졌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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