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베 / 츠방기라이
무가베 “느낌 좋아”-츠방기라이 “도시 압도적”
부정선거 의혹 따라 ‘제2의 케냐 유혈사태’ 우려도
부정선거 의혹 따라 ‘제2의 케냐 유혈사태’ 우려도
로버트 무가베(84) 대통령이 28년 동안 철권통치를 펴 온 남부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대선 개표가 30일 이틀째 이어지면서, 여야가 모두 승리를 주장하는 등 혼란이 커지고 있다. 무가베 정권의 부정선거 의혹도 잇따라 제기돼, 개표 결과 발표 뒤 케냐의 대규모 유혈사태와 같은 거센 후폭풍까지 우려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우위를 보였던 야당 민주변화운동(MDC)의 모건 츠방기라이(56) 후보 쪽은 정권교체를 장담했다. 텐다이 비티 사무국장은 30일 전국 투표소의 35% 개표 결과, 츠방기라이 후보가 67%를 득표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우리는 전통적 강세지역인 수도권에서 70~80%의 압도적 표를 얻은 반면, 여당은 강세 지역인 농촌에서 절반 정도의 지지밖에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츠방기라이는 “정부가 국민의 바람을 뒤엎을 시도만 하지 않았다면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무가베는 인플레이션이 10만%, 실업률이 80%에 이르고, 국민의 80%가 하루 1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등 경제가 파탄나면서 28년 통치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무가베는 투표를 마친 뒤 “지난 선거처럼 느낌이 좋다”며 승리를 확신했다. 짐바브웨 관영 신문 <헤럴드>는 무가베 대통령이 57%를 득표해 승리했다고 전했다. 무가베와 경제 정책의 차이로 결별한 제2 야당후보 심바 마코니 전 재무장관 또한 당선을 자신했다.
짐바브웨 대선에선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다. 그러나 야당 쪽의 기대와 동떨어진 개표 결과가 나오게 되면, 선거부정을 둘러싼 마찰이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비티 국장은 “2002년처럼 부정선거에 대해 법적인 대응으로 그쳐 승리를 잃는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 테두리 안에서 대중 시위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최대 논란은 유령 유권자의 급증이다. 범아프리카의회 선거감시단은 “아무도 살지 않는 땅에 8450명의 유권자가 등록돼 있다”는 보고서를 선거관리위원회에 보냈다. 야당은 전체 등록 유권자는 590만여명이지만 인쇄된 투표용지는 900만장에 이른다는 정부 문서를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또 무가베 정권이 문맹자들을 안내한다는 이유로 경찰 병력을 투표소에 투입한 것도 야당 후보에 투표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무가베는 “내가 부정을 저지른다면 양심에 걸려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구스틴 치후리 짐바브웨 경찰국장은 앞서 “야당이 선거 승리를 공언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강력 대응을 내비쳤다. 국제위기감시기구(ICG)는 선거뒤 상황이 악화한다면 아프리카연합,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아프리카경제공동체(SADC)가 협력해 “여야 권력 분점을 통해 과도 정부를 구성한 뒤, 새로 선거를 치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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