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메르트, 라이스 자제요청 거부…평화협상 먹구름
이스라엘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 방침으로 가뜩이나 난항을 겪고 있는 중동평화협상에 더욱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이스라엘은 최근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에 약 2천가구의 아파트를 신축하겠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쪽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강행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중동을 순방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정착촌 건설은 중동평화 정착에 역행한다”며 자제를 강력히 요청했다. 하지만 성과없이 빈손으로 이스라엘을 떠나야 했다.
올메르트 총리가 정착촌 건설을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이스라엘의 정치·종교의 역학구도가 깔려 있다. 취약한 연정을 이끌고 있는 그는, 연정 구성의 열쇠를 쥐고 있는 유대교 근본주의 정당인 샤스(Shas)당에 발목이 잡혀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일 “라이스 장관의 좌절은 샤스당 당수이자 랍비인 오바디아 요세프의 승리”라고 지적했다. 예루살렘 헤브루대학의 가브리엘 셰퍼 교수(정치학)는 “올메르트는 샤스당을 필요로 하며,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거의 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샤스당은 정착촌 건설을 동결하면 올메르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 연정을 붕괴시키겠다고 압박해왔다.
팔레스타인은 미래 독립국가의 수도로 생각하는 동예루살렘까지 유대인 정착촌이 확대되는 것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팔레스타인 쪽 평화협상단에 참여하고 있는 야세르 아베드 라보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집행위원은 3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이스라엘의 기만적 행동 때문에 협상을 계속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이 유발한 위기에 상응하는 만큼의 위기를 우리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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