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30일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야에서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숨진 어린이 네 명과 어머니의 주검을 옮기고 있다. 가자지구/AP 연합
젖먹이·엄마까지 무차별 사살
올메르트 총리 유감 표명
이스라엘군에 의한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이 끊이지 않고 있다.
28일 오전 8시께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가에 이스라엘 공군기가 미사일을 발사해 1살, 3살, 4살, 5살짜리 어린이와 어머니가 즉사했다. 이스라엘군은 안팎에서 비난이 일자 “집 근처에서 폭약 가방을 운반하던 2명의 팔레스타인 무장대원을 겨냥했는데, 결과적으로 민간인 피해가 커졌다”며, “주민을 인간방패로 이용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에 책임이 있다”고 떠넘겼다.
그러나 목격자들은 “참사를 빚은 민가는 교전지와 1㎞ 이상 떨어진 곳이며, 당시 집 주변에 무장대원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한꺼번에 아내와 어린 자식들을 잃은 아메드 아부 메그텍은 “군인들이라곤 보지 못했다, 전투도 없었다”며 분노와 슬픔으로 울먹였다. 이스라엘 인권단체인 비트셀렘은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다.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29일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마크 레게브 정부 대변인은 아랍계 위성방송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현재로선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이집트가 중재하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전협상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들어 이스라엘군이 공격 빈도와 강도를 부쩍 높여, 민간인 희생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 어린이 1명이 숨지자, 이스라엘군이 대규모 보복공격을 퍼부어 팔레스타인 민간인과 무장세력 130명이 목숨을 잃었다.
영국 <가디언>은 29일 “올들어 가자지구에서만 팔레스타인인 312명이 숨졌는데, 이는 지난 3년간 사망자보다도 많다”고 ‘팔레스타인 인권센터’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가자지구의 모든 분쟁에 대한 상세 보고서를 내는 이 단체에 따르면, 희생자의 3분의 2인 197명은 비무장 민간인이며, 어린이 44명과 여성 14명이 포함돼 있다. 같은 기간 이스라엘에선 병사 5명과 민간인 4명이 숨졌다.
조일준 기자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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