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박해말라”주장…알카에다 소탕전선 확장 가능
뭄바이 동시테러는 인도판 ‘9·11’이다. 자신들을 이슬람 무장세력 ‘데칸 무자헤딘’(데칸의 이슬람전사)이라고 밝힌 범인들은 ‘인도의 뉴욕’이자 경제·금융의 중심지 뭄바이에서 전에 없이 대담한 동시공격을 벌였다. 이들은 시내 주요 시설들로 옮겨다니며 인도군과 직접 교전하고, 인질극까지 벌였다. 범인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폭탄테러나 자살폭탄 테러 등과는 차원이 다르고 계획도 치밀했다.
인도 해군이 27일 용의자들이 타고 온 선박이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출발했다고 밝히는 등 인도 정부는 이번 사건의 배후를 파키스탄과 연관시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26일 “무고한 시민들을 공격하는 것은 테러의 심각한 위험을 보여줬다”며 인도와 협력해 이들을 소탕할 뜻을 밝혔다. 오바마 당선자는 파키스탄 내에 근거지를 둔 알카에다를 소탕하기 위해 미군이 국경을 넘어 작전을 벌일 뜻을 밝혀 왔다.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은 파키스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미 파키스탄 영토로 넘어가 공격을 벌여 왔다. 9·11 테러 이후 아프간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미국은 이번 인도판 ‘9·11’ 이후 전선을 파키스탄으로 더욱 빠르게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 인도도 이 전선에 동참하게 될 수 있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미국의 정권교체를 틈타 알카에다가 토착 무장세력과 연계해 대규모 테러를 일으켰다고 지적한다. <더 타임스>는 정보기관이 최근 몇 주 동안 테러용의자들 사이 교신을 분석한 결과, 오사마 빈 라덴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이전에 “신문 1면에 나올” 공격을 계획하고 있는 증거를 잡았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서양인들에 인기 높은 타지마할, 오베로이 호텔 등을 공격 목표로 삼고, 미국과 영국 여권 소지자들을 인질로 고름으로써 서방 세계를 향해 존재와 요구를 알린 셈이다.
오베로이 호텔에 있던 범인 중 한 명은 인도의 텔레비전에 “모든 무자헤딘을 석방하고, 인도에 살고 있는 무슬림들을 괴롭히지 말라”는 요구조건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데칸 무자헤딘’이 올해 뉴델리 등에서 폭탄공격을 했다고 밝힌 ‘인도 무자헤딘’의 분파일 것으로 추정하지만 정체는 확인할 수 없다.
인도의 무슬림-힌두 갈등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테러 법안을 둘러싼 인도 정계의 갈등도 중요한 변수다. 인도 11억 인구 중 약 1억5100만명의 무슬림들은 차별에 불만을 나타내 왔고, 무슬림이 다수인 인도령 카슈미르에 대한 정부 정책에도 반대가 강력하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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