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주요 활동 지역
사우디-예멘지부 올해 1월 통합
예멘에서의 한국인 관광객 참사가 9·11 테러를 주도한 알카에다가 관련된 자살폭탄 공격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알카에다의 조직 및 활동 방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알카에다는 올해 1월 이슬람 웹사이트에 공개한 동영상 메시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지부와 예멘 지부를 하나로 통합해 예멘 출신인 나세르 알와하이시가 조직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예멘 테러는 최근 신설된 알카에다 아라비아 반도 지부의 첫 작전일 가능성이 크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17일 전했다. 알와하이시는 지난달에도 음성녹음 메시지를 통해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서방의 비위를 맞추려고 아덴만과 아라비아해에서 영국 프랑스 등 다국적 해군의 군사작전을 허용했다”고 비난하고 “예멘의 부족들은 예멘 정부와 침입자들에 맞서 지하드(성전)를 벌일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메시지에서 “아랍 무장세력들의 투쟁이 궁극적으로는 예멘에서 팔레스타인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이 조직의 활동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알카에다는 복고적 성격의 이슬람 원리주의인 ‘와하비즘’을 이념적 뿌리로 삼고 있다. 이슬람 사회가 낙후하고 부패한 이유는 무슬림들이 이슬람의 올바른 길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보고, 진정한 이슬람 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근본주의는 아랍의 부패 왕정과 서구 세계에 대한 강한 적개심과 배타주의 표출된다. 이번 한국인 관광객 참사도 그 연장선상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에 알카에다가 아라비아반도 지부를 와하비즘의 고향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닌 예멘에 신설한 것은 사우디 지부가 사실상 와해된데다, 예멘의 불안정한 정국이 조직 활동에 유리하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에프페> 통신은 최근 “예멘 내 알카에다 대원의 수가 예멘을 찾는 관광객 수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알카에다는 최고지휘부를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 구조라기보다는 세계 각 지역의 상황을 고려하고 현지 무장세력과 연계하거나 신입대원을 보충하는 방식의 자율적 네트워크 형태로 존속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미국과 유엔연합군이 엄청난 자금과 인력과 무력을 동원해 섬멸전을 벌여왔고 사실상 오사마 빈 라덴의 최고지휘부가 무력화했음에도 각 지부조직이 끊임 없는 무장공격을 감행하며 건재함을 과시하는 이유다.
조성권 한성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알카에다는 서방의 ‘테러와의 전쟁’ 이후 더욱 철저한 점조직 체계를 갖춰왔으며, 지금은 각 지부장들이 상당한 정도의 지휘 권한이 있는 반면 최고 지도부는 상징적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알카에다 등 이슬람 무장조직들은 강대국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깔려있어 하루이틀 사이에 테러 공격 양상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민간인 공격도 서구의 기준으론 테러이지만, 전면전을 벌이는 이들로선 공격 대상인 적성국 구성원일 뿐으로 많이 죽일수록 성전의 정당성을 얻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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