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총선이 치러진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친서방 성향의 수니파 무슬림 지지자들이 차에 올라탄 채 커다란 깃발을 흔들며 친서방연합정파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베이루트/AP 연합
전체 128석 중 71석 차지
오바마에겐 호재될 듯
오바마에겐 호재될 듯
7일 치러진 레바논 총선에서 여권인 친서방연합정파 ‘3.14 연합’이 승리했다.
레바논 각 방송사가 8일 친서방파의 승리를 전망하는 개표방송을 한 뒤 친서방 연합정파를 이끄는 푸아드 알시니오라 총리는 “이 승리를 레바논에 바친다”며 “오늘은 레바논 민주주의를 위한 특별한 날이다”라고 승리를 선언했다. 친서방파 ‘3.14 연합’은 전체 128석 중 71석을,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가 이끄는 야권블록 ‘3.8 연합’은 57석을 차지했다고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친서방파는 기존 70석에서 1석을 더 늘렸다.
이번 총선의 최대 관심사는 2006년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사실상 정치적으로 승리한 헤즈볼라가 이끄는 야권블록이 집권할지였다. 헤즈볼라가 승리하면, 이 단체를 지지하는 이란과 시리아의 영향력이 중동 지역에서 더 확장되고, 이스라엘과의 알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승리한 친서방파의 지도자 사드 하리리는 “레바논을 위해 함께 일하자”며 화해 움직임을 보였으나, 차기 정부 구성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친서방파는 이번 총선에서 자신들이 승리한다면 헤즈볼라와 동맹세력들에게 내각 비토권을 주지 않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전임 알시니오라 정부에서 헤즈볼라는 내각 비토권을 가지고 있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미국과 무슬림의 화해를 촉구한 연설 이후 처음 치러진 중동 지역 선거에서 미국과 적대관계인 헤즈볼라가 패배함으로써, 오바마는 이슬람권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에서 부담을 덜게 됐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18개 종파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모자이크 국가’로 불리는 레바논은 1975년부터 15년간 내전을 겪었고, 지난해 8월 카타르의 중재로 여야 통합내각이 출범하기 전까지도 심각한 종파간·정파간 분쟁에 시달려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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