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진압한 이란 정부가 국외 여론 차단을 강화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매체뿐 아니라 영국의 <비비시>(BBC) 및 국제인권단체들까지 무더기로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자국민들의 접촉을 금지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5일 이란 국영 언론매체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 국영매체들에 따르면, 이란 정보부 차관은 지난 4일 “이 단체들이 ‘소프트 워’(soft war)의 일환으로 이란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서방 정부들의 의도에 연루된 혐의가 있다”며 “개인들이 이들과 접촉하는 것은 어떤 것이든 불법이며 금지된다”고 말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최근 이란이 국외의 적들에 의한 소프트 워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에 블랙리스트에 오른 단체들은 <비비시>와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를 비롯해 야당 웹사이트 라헤사브즈,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 미국 본토에 본부를 둔 위성채널들, 이스라엘 공영라디오 등 60개에 이른다. 이 밖에 브루킹스 연구소와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의 자선단체 ‘소로스 오픈 소사이어티’ 등도 들어 있다. 또 이란 정부는 국민들에게 외국 대사관들이나, 이들과 관련된 외국 국적자들 및 단체들과도 접촉을 피할 것을 요구했다.
같은 날 이란 정보장관 헤이다르 모슬레히는 지난달 시아파 무슬림의 성일인 아슈라 행사 중 벌어진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혐의로 외국 국적자 여러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외국인들이 아슈라 바로 이틀 전 이란에 입국했고, 그들의 카메라와 장비는 압류됐다”고 말했지만, 체포된 이들의 규모와 국적은 밝히지 않았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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