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갈등 재연 우려
수단 야당들이 24년 만의 다당제 선거 보이콧을 선언해, 남-북 평화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남부 자치지역을 통치하는 수단인민해방운동은 부정선거 조짐 등을 이유로 오는 11~13일로 예정된 대선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1일 보도했다. 야시르 아르만 수단인민해방운동 대선 후보는 사퇴했다.
앞서 움마당과 민주연합과 민주연합당, 공산당 등 다른 야당들도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총선과 지방선거도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야권은 유권자 등록 과정에서 부정이 저질러지고, 국영언론에 대한 접근권과 선거운동 자유가 제한되고 있다며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을 비난했다. 야권은 선거를 7개월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단 정부가 이를 거부하면 대선은 주요 야당 후보들이 배제된 채 알바시르 대통령과 북부 이슬람지역 일부 후보들만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단인민해방운동의 보이콧 선언은 20년간 15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남-북 내전의 갈등구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낳고 있다.
남부 기독교권이 거점인 수단인민해방운동은 2005년 내전 종식에 합의하고 알바시르 대통령의 국민의회당과 함께 집권 연합을 형성해 남-북을 분점해왔다. 알바시르 대통령은 수단인민해방운동이 선거에 참가하지 않으면 남부의 분리독립을 결정할 국민투표를 취소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동시선거를 평화 정착의 큰 계기로 삼으려고 재정 지원을 해온 미국과 유럽도 곤혹스런 처지에 놓이게 됐다. 수단 정부는 지난 2월 또다른 분쟁지역인 다르푸르에서 내전을 끝내기로 반군과 합의한 바 있다. 다르푸르에서는 지난 7년간 30만명이 희생됐다.
1989년 쿠데타로 집권한 알바시르 대통령은 전쟁범죄 등의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의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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