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반이슬람적” 송출 금지
라디오방송사 최소 14곳 안틀어
라디오방송사 최소 14곳 안틀어
음악을 틀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소말리아의 라디오 방송사들이 정부와 반군의 상반되는 협박성 최후통첩에 존폐의 기로에 섰다. 지난 13일부터 최소 14개 이상의 소말리아 라디오 방송국에선 어떤 종류의 음악도 나오지 않는다. 일부 진행자들은 음악효과에 의지했던 부분까지 급하게 경적소리 등 음향효과로 대체하고 있다.
수도 모가디슈의 대부분 지역을 장악한 이슬람 극단주의 반군단체인 ‘히즈불 이슬람’이 최근 “음악이 반(反)이슬람적”이란 이유로 모든 라디오 방송국들에 음악과 노래의 송출 금지를 명령하며 못박은 시행 시한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반군은 자신들의 지시를 거역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각오하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러자 소말리아 과도정부도 18일 맞불을 놓았다. 반군의 최후통첩에 굴복하는 방송사들은 폐쇄 조처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 압디카피 힐롤레 오스만 과도정부 총서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반군 지시를 따르는 방송사들은 반군과 함께 일하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사들만 꼼짝없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다. <소말리웨인 라디오>의 편성 책임자인 아부카르 하산 카다프는 <뉴욕 타임스>에 “반군의 지시와 그에 맞선 정부의 지시는 매우 파괴적”이라며 “두 그룹이 우리에게 어긋난 지시를 하면서 우리만 희생자가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라디오 방송의 음악 송출 여부가 지극히 정치적인 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이 문제가 ‘누가 소말리아를 통치하는가’를 확인하는 권력의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소말리아는 1960년 영국과 이탈리아로부터 독립했지만 이슬람 토호세력 등의 할거로 지금껏 정부를 구성하지 못한 채 오랜 내전에 시달려왔다. 2005년 국제사회의 감시와 지원으로 과도정부가 출범했지만 소말리아 전역을 사실상 장악한 이슬람 반군세력의 무장저항으로 국가 기능이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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