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라크 종전 선언] 오바마와 이라크전
2002년, 미국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던 버락 오바마는 시카고에서 열린 이라크 전쟁 반대 집회에서 2000여명의 군중을 앞에 놓고 이라크전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9·11의 기억이 생생하고 미국인 60% 이상이 이라크전을 지지하던 때였다. 오바마는 전쟁의 불가피성을 위해 조지 부시 행정부가 내세운 논리적 근거가 취약하다고 생각했다.
2004년, 미 연방 상원의원이 된 오바마는 이라크전 반대 입장을 강하게 견지하며, 의회 연설 등에서 이라크전을 ‘어리석은 전쟁’, ‘이성이 아닌 감정에 치우친 전쟁’, ‘원칙이 아닌 정략에 바탕을 둔 전쟁’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2006년에는 미 상원의원 자격으로 이라크를 방문하기도 했다.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오바마는 ‘2010년 여름까지 이라크 철군’을 외교·안보 공약의 첫머리에 올렸다.
2010년, 대통령 오바마는 이라크전 종전을 선언했다.
이라크 전쟁을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그 대척점에 서있는 오바마에게도 이라크전은 늘 붙어있었다. 이라크전은 역설적으로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에도 기여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31일(현지시각) “(이라크전에 대한) 전국적인 논란이 궁극적으로 오바마가 백악관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놓았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이날 연설에서도 2010년 8월까지 전투부대를 철수한다는 대선공약을 이날 종전선언으로 지켰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라크 상황이 여전히 불안해, 만일 종전선언 이후에도 미군 사상자가 계속 나올 경우, 오바마가 정치적으로 ‘종전선언’을 이용했다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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