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리크 아지즈
이라크 최고법원, 시아파 정당 박해 혐의 적용
사담 후세인 정권의 입 노릇을 했던 타리크 아지즈(74) 전 이라크 외무장관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뉴욕 타임스>는 26일 “안경을 쓰고 시가를 문 채로 이라크의 화학무기 사용, 쿠웨이트 침공, 시아파와 쿠르드족 학살의 정당성 등을 강변했던 타리크 아지즈가 시아파 정당을 박해한 혐의로 이라크 최고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그가 20년 동안 박해한 것으로 지목된 시아파 다와당의 대표는 친미 성향의 현 이라크 총리 누리 알말리키다. 아지즈는 안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라크를 벗어나지 않았던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을 대신해 국제무대에서 이라크를 대변해 ‘미스터 이라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뉴욕 타임스>는 “사형의 집행 날짜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아지즈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후 미군에 항복했으며, 올여름 미국이 이라크에 치안권을 넘기며 철군한 뒤 이라크 정부에 신병이 넘겨졌다. 그는 지난 8월 영국 <가디언>과의 옥중 인터뷰에서 “(미군이) 떠나면 안 된다. 이라크를 죽음으로 몰고 갈 것이다”라며 미군의 철수 계획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현재 요르단에 머물고 있는 아지즈의 아들 지아드(44)는 이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에 대한 사형 선고는) 정치적인 결정”이라며 “시아파 희생자 가운데 아무도 아버지를 살인 혐의로 고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아지즈의 변호인들도 “아지즈는 후세인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다”며 “이날 결정은 이라크 정부군이 수감자들을 고문했다는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곤경에 빠진 정부가 여론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정치적 쇼”라고 주장했다. 영어 교사 출신인 아지즈는 1991년 걸프전 때 외무장관이 된 뒤 15년 넘게 후세인 정권을 대외적으로 대변해왔으며, 후세인 정권 각료들 중 하나뿐인 기독교도였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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