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엘 루비니
“정권 붕괴시킬 정도로 심각”
북아프리카 민주화 시위의 한 원인으로 일컬어지는 식품가격 상승이 다른 지역에서도 정치적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가한 누리엘 루비니(사진) 미국 뉴욕대 교수는 26일 <블룸버그뉴스> 인터뷰에서 식품과 에너지 가격의 가파른 상승이 시위와 소요, 정치적 불안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같은 행사에서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고한 바 있는 루비니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중동에서 보는 것처럼 정권을 붕괴시킬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다보스포럼에 온 아랍권 인사들도 비슷한 시각을 피력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독재 청산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난 이집트에서 온 여행사 최고경영자 아메드 엘치아티는 “이집트인들에게는 국가 체제와 고물가에 불만을 표시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아랍권에서도 가장 권위적인 정치체제를 지닌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기업인은 “높은 실업률과 식품가격 상승 문제를 볼 때 이집트에서와 같은 시위는 북아프리카에서 그칠 문제는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식량가격지수가 지난달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며 정치적 위기의 발발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저소득층 보조 프로그램 삭감이 위기를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조셋 시런 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많은 나라에서 (식량 등에 대한) 보조금과 지원책이 축소됐다”며, 재정위기를 타개하려는 각국 정부의 예산 삭감이 또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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