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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집트 정부, ‘눈엣가시’ 알자지라 취재 금지

등록 2011-01-30 20:51수정 2011-01-31 08:42

실시간 시위보도에 위기감
카이로 지국도 폐쇄시켜
위성방송·인터넷 등 결합
아랍민주화 기폭제 역할
이집트 정부는 30일 아랍권의 24시간 위성방송인 <알자지라>의 카이로지국을 폐쇄하고, 이집트 내 위성방송 송출업체인 <나일샛>의 송출을 중지시켰다.

이집트 당국의 이런 조처는 <알자지라>의 가감 없는 시위과정 보도가 시위 확산에 불을 질렀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알자지라> 쪽은 “보도의 자유를 옥죄려는 행태”라고 비난하고 트위터 등을 통해 속보를 전달하는 등 이집트 내 보도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알자지라> 기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방송내용을 올려왔으나, 폐쇄령이 내려진 뒤에는 새로운 뉴스화면이 올려지지 않고 있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이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으로 확산된 요인에 대해 <알자지라>의 적극적인 시위 보도와 트위터·페이스북 등으로 상징되는 인터넷의 등장 등 뉴미디어의 역할을 꼽는 데는 이견이 없다. 시위 초기 거리에서 보고 들은 정보들이 페이스북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알자지라>는 이런 시위 상황을 실시간에 대규모로 시민들에게 전하는 구실을 했다. 이집트 정부도 이를 인식한 듯 28일 시위 진압에 앞서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차단했고, 결국 <알자지라>의 이집트 내 취재활동을 금지하라는 강경조처를 취한 것이다.

1996년 카타르에서 <알자지라>가 개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랍 독재정권들은 철저한 정보 독점권을 누렸다. 이집트인들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자국 공군이 이스라엘군의 기습으로 궤멸됐는데도 국영방송이 전하는 왜곡된 정보를 보며 승리의 환호성을 외쳤다. 다른 나라의 사정도 같아 사우디아라비아인들 대부분이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러나 <알자지라>의 등장과 함께 모든 것이 변했다.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의 중동 특파원을 지낸 로런스 핀탁 카이로 소재 아메리칸대학 전자저널리즘센터 소장은 29일 <시엔엔>(CNN) 기고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은 15년 전 (<알자지라>의 개국과 함께) 시작된 아랍의 언론 혁명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며 “이전에도 <시엔엔>과 <비비시>(BBC) 등이 있었지만 이들은 영어방송이라 알아듣는 이가 적었고 정부의 방송은 믿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인터넷을 통한 정보 공유였다. 튀니지 청년 부아지지가 분신한 뒤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은 벤알리 대통령의 무성의한 태도가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전파됐기 때문이다. 벤알리 대통령은 피해자인 부아지지의 이름도 알지 못했고 모친에게 “프랑스의 병원으로 옮기겠다”고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튀니지 시민들은 “벤알리는 우리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글을 올리며 분노를 폭발시켰다. 시민들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시위를 계획하고, 검거를 피하는 방법과 최루탄 대응 요령 등을 공유하고 있다.

마크 린치 조지워싱턴대 중동연구소 교수는 <알자지라>의 구실에 대해 “그들이 이번 사태의 원인은 아니지만, 그들 없는 혁명을 상상하기도 힘들다”고 논평했다. 핀탁 소장도 “<알자지라>와 인터넷에 의한 아랍의 미디어 혁명이 아랍의 사회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독재 정권이 정보를 독점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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