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부 언론 부정적 견해
‘질서정연하고 평화로운 권력이양’이라는 미국의 대이집트 정책 방향이 논란이 되기 시작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7일(현지시각) “미국이 사태 조정자로 지목한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오랜 충복일 뿐 아니라, 무바라크의 사임을 원치 않고, 이집트가 민주주의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미국의 대이집트 정책에 대한 의문을 나타냈다.
미국은 이날도 이집트의 점진적 변화에 대한 지지와 야권 핵심세력인 반미 성향의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그 조직(무슬림형제단) 몇몇 리더들과 상당한 입장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필립 크라울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도 이날 “이집트가 개방된 선거를 치를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무바라크의 즉각적인 퇴진과 조기선거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는 미국이 사실상 이집트의 ‘민주화’보다 ‘안정’, 그리고 ‘친미화 유지’에 훨씬 더 무게를 두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제임스타운 재단의 이집트 현대사 연구가인 앤드류 맥그리거는 “오바마 행정부는 (이집트의)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하지만, 미국은 30년 동안 이집트의 군부체제를 지지해왔다”며 “사태 초기 미국의 이집트 정책이 갈팡질팡했던 건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이런 미국의 대이집트 정책기조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닌,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클린턴 장관은 대통령 부인 자격으로 이집트를 방문하는 등 20여년 이상 무바라크 부부와 개인적 관계를 맺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집트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은 미 정부 안에서 클린턴 장관의 주장은 더 힘을 얻고 있다. 한 전직 미 외교관은 “클린턴 장관은 무바라크를 잘 안다. 탈출구를 찾고 있는 무바라크에게 길을 내주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의 톰 말리노스키 워싱턴 지부장은 “술레이만 과도체제를 선호하는 미국의 정책은 이집트가 민주화를 향해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카이로를 방문중인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도 미국의 정책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며 “현재 이집트는 곤경에 처했지만 아직 힘이 있는 1952년 군부혁명 세력과 활기차고 새롭지만 혼돈스러운 2011년 민중혁명 세력 사이의 투쟁과 협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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