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민 빼내려 전함·전세기·페리선 등 동원
한국은 “협의중”…9명 48시간 걸려 육로탈출
한국은 “협의중”…9명 48시간 걸려 육로탈출
세계 각국이 혼란에 빠진 리비아에서 자국민을 빼내기 위해 전세기, 페리선, 전함을 보내고 있다. 육로로 일단 이집트나 튀니지 등 인접국으로 빠져나오는 외국인들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리비아 교민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국내외 항공사와 전세기 운항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리비아 동부 도시 투브루크에서 건설 감리·감독 업무를 하던 한국 회사 ‘공간’ 그룹 직원 9명은 우여곡절 끝에 48시간 만에 육로로 이집트로 탈출했다.
이 회사 이동희 지사장은 2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동하는 중 인근의 화약고가 터졌는지 격렬한 폭발음과 함께 하늘 높이 치솟는 불길이 보였다”며 “사막 도로를 따라 2시간30분을 달리는 동안 도시마다 총기를 휴대한 자경대를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국경에 도착해보니 리비아 쪽에는 민간인 복장의 자경대원들이 국경통과소를 지키고 있었다”며 “자경대원은 국경을 넘으려는 리비아내 이집트인들이 수없이 몰려오자 행정절차를 생략하고 대부분 그냥 통과시켜줬다”고 말했다.
미국은 자국민들을 23일 전세 페리선을 통해 지중해 섬나라 몰타로 대피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리비아 해안 쪽에 전함을 배치해 비상시 리비아 거주 자국민을 탈출시킬 계획이다. 터키는 22일 벵가지의 자국민 3000명을 실어올 페리선 2척을 보냈다. 세르비아와 러시아,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는 수도 트리폴리에 항공기를 착륙시켜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항공을 통해 비엔나로 빠져나온 미국인 캐스린 버냇은 “트리폴리 공항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 셀 수가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외교통상부의 백주현 재외동포영사국장은 23일 “이집트항공이 카이로-트리폴리 간 전세기 의향이 있다고 해서 추진 중”이라며 “대한항공도 유럽편을 돌릴 의향이 있어서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 국장은 “현재 트리폴리 공항은 폐쇄와 운영 재개를 반복 중”이라며 “유럽 항공사들은 공항 운영과 무관하게 항공기 운항을 중단한 상태라 이집트 통로를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항공사의 경우 1992년 미국의 항공금수 조처로 대한항공이 리비아로 향하는 정기편 운항을 중단한 뒤 재취항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트리폴리 공항 운영이 불안정해, 현재 리비아 국영기 및 이집트항공, 아프리카 항공기 등만 정상 운행되고 있다. 조기원 이용인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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