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등 3곳 불러 인터뷰
“아무도 거리시위 안해 벵가지 장악
시위대는 국민 아닌 알카에다…”
“아무도 거리시위 안해 벵가지 장악
시위대는 국민 아닌 알카에다…”
“모든 국민은 나를 사랑한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죽을 수도 있다.”
반정부 시위로 벼랑 끝에 몰린 리비아 국가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28일(현지시각) 수도 트리폴리 해변가 음식점에서 이 말을 영어로 여러번 반복했다. 카다피가 처음으로 서구 언론과 얼굴을 맞대고 인터뷰를 한 자리였다. 카다피는 특유의 화려한 노란색 의상에 선글라스를 착용한 모습으로 미국 <에이비시>(ABC), 영국의 <비비시>(BBC) 및 <선데이 타임스> 세 언론과 공동 인터뷰를 했다. 대부분은 아랍어로 대답했지만 몇몇 질문에는 흥분된 어조로 영어로 답하기도 했다.
카다피는 “아무도 거리에서 시위를 하지 않는다. 나는 대통령도 아니다. 무엇을 반대한다느냐는 것이냐”며 반정부 시위의 존재를 부정했다. 그렇다면 제2 도시 벵가지를 장악한 시위대는 어떻게 된 것이냐는 질문에 “그건 알카에다다, 알카에다다. 우리 국민이 아니다”라고 영어로 반복해 말했다. 사임할 의사가 없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왕도 대통령도 아니라 사임할 직책이 없다”는 지금까지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리비아를 떠날 것이냐는 질문에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껄껄 웃은 뒤 “어떻게? 누가 자기 고향을 떠나나. 내가 왜 리비아를 떠나냐”고 말했다.
카다피는 서구 국가들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리비아 사태 진상조사를 위해 유엔이나 다른 국제기구를 초청했다며 “어떻게 언론 보도에만 근거해 자산동결과 무기 금수 조처 같은 제재를 취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좋은 사람이지만 잘못된 정보를 듣고 있는 것 같다”며 “미국은 국제 경찰이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반정부 시위대에 폭격을 가했다는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무기고를 폭파했을 뿐 시위대를 폭격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화학무기 같은 대량파괴무기(WMD) 사용 또는 원유 시설 파괴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 카다피는 2003년 이라크전 이후 미국과 협상에서 대량파괴무기를 이미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카다피의 인터뷰에 대해 미국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수전 라이스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카다피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으며 지도자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고 <에이비시>는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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