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길 찾는 카다피 ‘명예 퇴진 협상설’

알자지라 등 “신변 보장땐 물러날 뜻” 보도
망명처 물색 소문속 리비아 정부는 강력 부인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 지도자가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보장해준다면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반정부 세력 쪽에 제안했다는 반정부 쪽 주장과 보도가 잇따랐다. 또 한편에선 카다피 정권 내부에서 권력 이양 여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도 나와, 그 진위를 둘러싼 궁금증을 낳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7일 카다피가 반정부 세력이 세운 과도정부에 자신과 가족들이 재판을 받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권력 이양 협상을 하자고 제안했다고 벵가지에 있는 ‘리비아과도국가위원회’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과도 정부는 카다피가 즉각 퇴진해야 한다며 제안을 거부했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도 과도 정부를 이끄는 무스타파 압델잘릴 전 리비아 법무장관의 말을 빌려, 트리폴리에 있는 변호사들이 자발적으로 중개자로 나서 협상을 제안해왔다고 보도했다. ‘중개자’들이 유혈 사태 종식을 위해 나섰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카다피가 직접 나선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보도가 잇따르자, 리비아 정부의 한 관리는 익명을 조건으로 <아에프페>(AFP) 등에 “반군 지도부에 어떤 평화 협상을 제안한 바도 없다”며 “전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협상설’을 부인했다.

한편 아랍에미리트에 본부를 둔 <알바얀>은 카다피 측근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카다피가 해외 망명처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카다피는 리비아를 떠나서도 자신의 지위와 품위를 지킬 수 있을 만한 곳을 찾기 위해 아랍과 아프리카 국가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7~8일 이틀 새 반정부 세력과의 휴전 협상에서부터 권력 이양 협상, 망명지 탐색 등 카다피의 ‘퇴로’를 둘러싼 온갖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리비아 국영 텔레비전은 1980년대에 총리를 지내고, 2008년 유엔 주재 리비아 대사를 지냈던 자달라 아주스 알탈히가 반정부 세력과 부족 지도자들을 트리폴리로 초대하고, 이들에게 정치적 해결을 위한 협상을 제안하는 내용의 방송을 7일 내보냈다. 카디피가 반정부 세력과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보도와 추측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소식통을 인용해 “카다피의 권력집단 내부에서 카다피가 계속 권좌에 남아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물러나야 하는지를 놓고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리비아 정권 내부 개혁적 성향의 관리들이 카다피로 하여금 명예직을 갖되, 실질적인 권력을 테크노크라트로 꾸려진 위원회에 넘기는 계획의 실현을 위해 로비를 펴고 있다고 전했다. 위원회가 현대적 제도에 터잡은 정부와 민주적 개혁을 향한 권력 이양을 담당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계획은 카다피 가족에게도 보고가 됐으며, 정부 내 관리 60%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조기원 류이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