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보도…대테러 전략 유지 걸림돌로 판단
미국이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정권 교체를 모색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아랍세계 민주혁명의 기운이 미국으로 하여금 중동정책의 핵심 파트너였던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에 이어 대테러 작전의 핵심 파트너인 예멘 정권에 대한 태도 변화를 강제해내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정부의 한 관리는 “이제 살레 대통령은 더이상 직분을 수행할 수 없고, 그가 물러나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멘 정부 관리도 “살레 대통령과 야권이 퇴진 조건을 놓고 협상을 시작한 최근 일주일 사이에 미 정부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미국은 그동안 살레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공식적으로 철회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직접적 비난도 피했다. 알카에다의 근거지로 급부상한 예멘에서 살레 대통령을 포기할 경우 대테러 전략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위키리크스가 올 초 공개한 외교전문을 보면, 살레 정권은 미군 및 중앙정보국(CIA)의 알카에다 근거지 공습을 조건부로 허가하는 등 ‘불편하지만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유혈진압으로 50여명이 숨지는 등 예멘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더는 외면할 수 없는데다, 그간의 태도로 예멘의 반미 분위기가 높아지면서 살레 대통령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미국의 국익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미 국무부의 마크 토너 대변인이 최근 “(예멘의) 대테러 작전은 특정 개인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듯이, 미국은 살레 이후에도 예멘에서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정권이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다.
살레 대통령과 야권은 선거가 치러질 때까지 현 부통령이 이끄는 과도정부에 권력을 넘긴다는 큰 틀에 합의하고 시기와 방법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위대의 주축을 이루는 학생들은 현 정부 핵심인사로의 권력이양을 거부하고 있다. 한편 예멘 남부 타이즈에서는 군경이 반정부 시위대에 발포해 4일 하루에만 최소 12명이 숨지는 등 사태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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