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부 폭로한’ 기자 주검으로 발견…인권단체 “정보기관 수법과 비슷”
파키스탄의 중견 기자가 군부와 알카에다의 연루 의혹을 폭로하는 기사를 쓴 뒤 피살당해 파키스탄 정보부로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홍콩 <아주시보>의 파키스탄지국장인 살렘 샤자드(40)는 지난 29일 이슬라마바드에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려고 방송국으로 향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주변에서는 그가 납치됐을지 모른다며 행방을 수소문했다. 이틀 뒤인 31일 저녁 이슬라마바드에서 130㎞ 남동쪽으로 떨어진 운하의 제방에서 샤자드의 주검이 발견되면서 가장 끔찍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 주검의 얼굴은 온통 멍이 들었고, 배에도 상처가 있었다. 고문 흔적이 역력했다. 승용차는 40여㎞ 떨어진 곳에 내버려진 상태였다.
<가디언>은 샤자드가 실종 이틀 전 알카에다의 카라치 해군기지 공격을 다룬 보도를 했기 때문에 정부 쪽, 특히 정보부가 의심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샤자드는 알카에다가 자신들과의 연루 혐의로 파키스탄 당국에 체포된 장교 2명이 풀려나지 않자 이 기지에 보복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알카에다 대원 4명한테 공격당한 기지에서는 정찰기 2대가 파괴되고 10명이 숨졌다.
샤자드는 전에도 군부나 정보부의 치부를 들추는 보도 때문에 정보부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고, 납치당할 것 같다고 주변에 말해왔다. 그는 지난해 10월 파키스탄 군부가 협상 창구로 이용하려고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한 사령관을 풀어줬다고 보도했다가 정보부에 불려가 협박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샤자드와 접촉해 온 미국의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샤자드의 살해는 파키스탄 정보기관들이 과거에 저지른 사건들과 비슷한 수법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보부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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