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반정부군 잇딴 접촉
188억달러 투자자산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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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부 및 반정부세력과 동시에 접촉하면서 양다리 외교를 펴고 있다. 장기전으로 치닫는 리비아 사태가 향후 자국에 끼칠 영향과 이해관계를 가늠하고 전략적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의 훙레이 대변인은 7일 언론브리핑에서 리비아 정부의 압둘아티 오베이디 외무장관이 7~9일 카다피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 등 고위당국자들과 만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이집트 주재 중국 외교관들이 최근 리비아 반정부세력의 거점인 동부 벵가지를 방문해 국가평의회 지도부와 접촉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최고위급 외교 채널을 동원해, 리비아 내전의 양쪽 당사자 집단과 거의 동시에 접촉한 것이다.
중국 쪽은 리비아 반정부세력과 만난 것이 “리비아의 인도주의적 상황과 중국의 대리비아 투자 자산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으나 접촉 일시를 포함해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상무부 집계로 지난 3월 현재 중국의 50개 기업이 리비아의 도로·항만·석유시설 등에 188억달러(계약 기준)를 투자하고 있다.
중국이 리비아 사태를 중재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훙레이 대변인은 “중국은 리비아 위기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공조하고 있다”며 “리비아의 미래는 리비아 국민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란 원칙적 답변만 내놓았다. 앞서 카타르 주재 중국 대사도 최근 도하에서 리비아 국가평의회의 무스타파 압델 잘릴 위원장을 만난 바 있다.
한편 나토는 카다피의 생일인 7일에 이어 8일에도 수도 트리폴리의 카다피 관저를 비롯해 주요 목표물에 24시간 연속 맹폭을 퍼부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카다피는 7일 국영방송 녹음 연설에서 “나토 연합군에 절대 항복하지 않겠다”며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나토는 8일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를 열어 대리비아 작전을 논의했다. 카다피의 딸이자 국제변호사인 아이샤는 나토가 민간인을 폭격하는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브뤼셀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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