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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서방 “팔 독립국 승인안 제출 막아라” 비상

등록 2011-09-07 20:55수정 2011-09-07 21:55

20일 UN총회…미·영, 평화협상 특사파견 등 저지 노력
안보리 통과 못해도 준독립국 ‘위상 확보’ 가능할 듯
 올해 유엔 총회(9월20일)가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서방의 발걸음이 다급해졌다. 팔레스타인이 이번 유엔총회에서 독립국가 승인 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유엔 결의를 통한 팔레스타인 독립에 부정적인 미국과 영국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6일 데니스 로스 백악관 중동담당 보좌관과 데이비드 헤일 중동특사를 이스라엘로 급파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면담한 데 이어, 7일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나기 위해 자치정부가 있는 라말라로 향했다고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전날엔 영국의 중동특사인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아바스 수반과 회동했다.

 미 국무부는 이번 중동특사단의 방문이 “오랜 교착상태에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레어 전 총리도 팔레스타인 방문에 앞서, 양쪽을 협상테이블에 다시 불러오는 것에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팔레스타인 모두가 이번 연쇄회동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팔레스타인이 이번 유엔 총회에 독립국 승인 결의안을 내지 않도록 강하게 압박했을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6일 자국 중동특사단의 팔레스타인 방문에 앞서 아바스 수반에게 전화를 걸어 “이달 말 뉴욕(유엔총회)에서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우리와 함께 애써보자”고 말했다고 미 국무부 대변인이 밝혔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도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승인안 제출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쪽에 생산적이지도,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며 양자간 직접협상을 강조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의 사에브 에레카트 중동평화협상 대표는 6일 “팔레스타인의 결정은 이스라엘이 어떤 제안을 하더라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또 미국이 팔레스타인 쪽에 아무런 양보안을 내놓지도 않으면서 유엔에서의 독립국 결의안 추진을 막으려 압박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1917년 영국이 자국령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 독립국가 건설을 약속(벨푸어 선언)한 데 이어, 1948년 5월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비롯했다. 이후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은 네 차례나 전쟁을 벌이면서 중동을 세계의 화약고로 만들었다. 2008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과 정착촌 강행으로 평화협상마저 파탄난 상태에서 팔레스타인은 유엔을 통한 독립국가 승인이라는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팔레스타인이 유엔에서 독립국가 지위를 얻으려면 193개 회원국 중 3분의 2(129개국) 이상의 찬성을 거쳐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통과해야 한다. 팔레스타인 당국은 이미 140여개국이 자신들의 독립국 승인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제3세계 국가들이 주축인 ‘비동맹운동’(NAM)도 6일 “1967년(제3차 중동전쟁) 이전 국경에 근거한 팔레스타인 독립국 인정을 지지한다”고 거듭 확인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이 ‘비회원국으로서 옵서버 국가(state)’ 지위를 얻는 것까지 막기엔 역부족이다. 현재 유엔 표결권이 없는 ‘옵서버 국가’는 바티칸이 유일하며, 팔레스타인은 그보다 한단계 낮은 ‘옵서버 조직’(entity) 자격으로 유엔에 상주 대표부를 두고 있다.

 팔레스타인이 옵서버 국가 지위를 얻게 될 경우 독립국에 준하는 위상을 확보하면서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행위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권리가 생기는 등 이스라엘과의 협상력이 크게 강화된다. 이스라엘로선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미국은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의 정착촌 동결 거부로 얼어붙은 중동 평화협상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 뿐 아니라 유엔, 유럽연합, 러시아 등 국제사회가 수용할 만한 평화협상 초안을 마련 중이라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7일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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