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무타심과 나란히…갈등 불씨 되나
카다피 부족·유족 “주검 인도” 요구 성명
과도정부는 23일 ‘리비아해방’ 공식선언
카다피 부족·유족 “주검 인도” 요구 성명
과도정부는 23일 ‘리비아해방’ 공식선언
리비아 과도국가평의회(NTC·과도정부)는 23일 ‘리비아의 해방’을 공식 선언했다. ‘아랍의 봄’을 타고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지 8개월 만이다. 하지만 기쁨에 가득차야 할 이날의 한켠은,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 과정과 사후 처리를 놓고 일고 있는 ‘혐오’와 ‘의심’으로 점철됐다.
‘최후의 저항 거점’이었던 고향 시르트 인근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카다피의 주검은 그 뒤 미스라타로 옮겨져 시장내 육류보관 냉동고에 눕혀진 채 일반에 공개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원래 주검은 피칠갑을 한 모습으로 웃통이 벗겨진 채 공개됐다가 논란이 일자 담요에 덮힌 채로 얼굴만 볼 수 있게 조처됐다. 그의 넷째 아들 무타심의 주검도 그 옆에 놓여졌다.
보통 이슬람 국가에서 사망자는 24시간 이내에 염을 해서 매장된다. 미국이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한 뒤 곧바로 수장시킨 것은 이런 풍습을 존중하는 동시에 그의 무덤이 알카에다의 성지가 될 것을 우려해서였다. 하지만 카다피의 주검은 사후 사흘이 넘도록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전락했다. 주검이 보관된 냉동창고 앞에는 구경꾼 수백명이 줄을 섰고, 휴대전화로 주검 사진을 찍으며 “신은 위대하다”고 외치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이런 ‘이례적’ 전시는 국민들에게 카다피의 죽음을 확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과도정부 석유장관인 알리 타르후니는 “사람들이 그가 죽었다는 것을 더 확실히 알게 하기 위해서 냉동고에 며칠동안 넣어두라고 말했다”고 영국 <가디언>에 말했다. 6~12살인 5명의 아들, 조카와 함께 주검을 보러온 무스타파 아라이비는 <아에프페> 통신에 “그가 죽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지만 실제로 보니 이제야 믿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이런 모습이 새로운 국가가 ‘공정함과 용서’라는 기반 위에 세워질 것이라는 과도정부의 약속을 믿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가디언> 또한 리비아 혁명에 대한 전세계의 박수갈채가 혐오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다피의 출신 부족과 유족은 이런 비윤리적인 처사에 반발하며 성명을 통해 주검 인도를 요구했다. 논란이 일자 일부 과도정부 관계자는 주검을 친척들에게 인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빈라덴처럼 비밀리에 수장시킬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카다피의 사망 과정에 대한 미스터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유엔은 카다피 사망 경위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마무드 지브릴 과도정부 총리는 22일 <비비시>와의 인터뷰에서 “카다피를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며 그를 생포해 법정에 세우는 게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전 중 사망이 아니라 과도정부군의 누군가가 카다피에게 총을 쏜 정황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더불어 붙잡힌 뒤 담배를 피는 모습까지 찍힌 무타심이 갑자기 사망한 정황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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