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들레헴·예리코 등 유대·아랍 공유유산 막대
유네스코 회원국 된 ‘팔’ 세계유산 등록 준비
유네스코 회원국 된 ‘팔’ 세계유산 등록 준비
한국과 일본보다 더 뒤얽힌 역사를 가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이번엔 자치지구 안의 역사유산을 두고 다투게 됐다. 최근 팔레스타인이 유네스코(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 정회원국이 되면서 자치지구 안 역사유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은 최근 서안과 가자 지구의 여러 역사유산들을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목록에 올리기 위해 준비중이다. 이미 올해 초 팔레스타인은 자치지구 안에 있는 예수의 탄생지 베들레헴과 탄생지교회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해 달라고 유네스코에 신청했다. 이제 팔레스타인이 정회원국이 됐기 때문에 이 신청은 정식으로 검토된다. 팔레스타인은 역시 성경 속에 나오는 고대 도시인 예리코의 세계유산 지정도 추진중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관광유물부의 유물문화유산국 책임자인 함단 타하는 “이스라엘이 자치지구 안의 옛 도시 헤브론을 세계유산으로 신청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헤브론은 유대인들에게 구약에 나오는 선조들 무덤이, 무슬림에게는 이브라히미 모스크가 있는 곳이다. 이곳들은 유대인과 무슬림에게 성경 속의 선지자들인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 그들의 아내들이 묻힌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이스라엘은 지난해 헤브론의 선조들 무덤과 베들레헴의 라헬 무덤을 이스라엘 국가 유산으로 등록했다.
수십년 동안 팔레스타인의 서안이나 가자 지구에서 역사유산 발굴이나 보존은 이곳을 군사적으로 통제해온 이스라엘의 몫이었다. 이를테면 자치지구인 서안의 예루살렘에서 예리코로 가는 길가에 마련된 고대 박물관은 이스라엘이 발굴한 비잔틴(동로마) 시대의 유물들을 보관하고 있다. 1993년 이스라엘군이 서안에서 물러난 뒤에도 이 박물관은 이스라엘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들어서고 팔레스타인이 유네스코 회원국이 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팔레스타인 정부의 타하는 “자치지구 안 유대의 역사유산도 팔레스타인 문화의 한 부분이며, 앞으로 우리가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문화교류협회장이자 고고학자인 아델 야흐야도 “역사유산의 보존과 관리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생각은 다르다. 이스라엘의 공공외교민족이산 장관인 율리 에델스테인은 “종교에 관계없이 이 역사 유적들에 누구든 찾아올 수 있게 개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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