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째로 접어든 시리아 다마스쿠스 교전
최후국면 치닫는 시리아
동생 이끄는 부대 ‘4군단’ 등
“어디까지고 쫓아가 보복” 선언
“정부군 전차 주택가 휘저어
움직이는 모든 것 쏘고 있다”
동생 이끄는 부대 ‘4군단’ 등
“어디까지고 쫓아가 보복” 선언
“정부군 전차 주택가 휘저어
움직이는 모든 것 쏘고 있다”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아사드(47) 대통령은 지금 공황 상태에 빠져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은 더 ‘위험한’ 징조일 수 있다. 구석에 몰린 독재정권이 휘두를 복수에 대한 공포감이 지금 수도 다마스쿠스를 뒤덮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다마스쿠스의 심장부인 라우다 지구 내 국가안보국 건물에서 터진 폭탄 테러로 최측근 심복 3명을 빼앗긴 이후 하루가 지나도록 아사드는 물론 그의 가족 어느 누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시리아 국영 텔레비전 뉴스는 19일 아사드 대통령이 이번에 숨진 전·현직 국방장관을 대체할 신임 국방장관 임명식에 참석해 지침을 내리고 행운을 빌어줬다고 보도했으나 그 장소는 밝히지 않았다. 영국 <가디언> 등은 아사드가 부상을 당했고, 부인 아스마는 러시아를 탈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인디펜던트>의 중동 특파원인 로버트 피스크는 “시리아에서도 보스니아나 크로아티아 등 옛 유고연방공화국에서 벌어졌던 것과 같은 대규모 학살과 보복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가 이런 분석을 내놓은 것은 시리아의 독특한 종교 분포 때문이다. 현재 시리아를 통치하고 있는 아사드 일가의 알라위파(시아파의 소수파)는 시리아 전체 인구의 12%에 불과하다. 이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다수(74%) 수니파를 상대로 철권통치를 일삼아왔고, 필요할 땐 대규모 학살도 서슴지 않았다.
아사드의 부친인 하페즈(1930~2000) 전 대통령은 1982년 2월 중부 도시 하마에서 수니파의 반정부 봉기가 일어나자 주민 2만~4만명을 살육한 ‘하마 대학살’을 저질렀고, 아들 아사드도 지난 16개월 동안 무려 1만7000명을 죽였다. 반군과 정부군 사이의 증오의 골은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졌고, 이집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동의 강국이라는 시리아인들의 자존심은 바닥까지 추락했다. 피스크는 “하페즈가 말년엔 시리아에서 옛 유고 연방과 같은 끔찍한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지적했다.
그의 예언은 불행히도 조금씩 적중해가는 분위기다. 테러 발생 직후 시리아 군은 “테러리스트들과 범죄자들을 어디까지든 쫓아가 보복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사드의 동생인 마헤르가 이끄는 시리아 최정예군인 제4군단과 공화국 수비대가 이미 반군을 상대로 대대적인 보복 공격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마스쿠스의 한 주민은 19일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군의 전차가 주택가를 휘젓고 다니며 움직이는 모든 것을 쏘고 있다”고 말했다. 알라위파의 민병대인 샤비하가 이미 다마스쿠스 주변으로 이동했다는 소식도 나온다. 샤비하는 지난 5월 말 중부 도시 홈스의 북쪽에 위치한 훌라 마을에서 어린이 49명을 포함한 108명의 민간인을 집단 학살해 전세계에 악명을 떨친 무장집단이다. 다마스쿠스 남부 하자르 아스와드의 난민촌에 머무르고 있는 한 시민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샤비하는 모든 곳에 있다. 그들이 모두를 죽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군이 닷새째 공격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부군을 몰아낼 실력을 갖추지 못하고, 1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시리아 제재 결의안이 부결되면서, 시리아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두려움에 빠진 수니파 주민들은 스스로 무장하거나 학살을 피해 국경으로 몰려들고 있다. 아사드 정권의 심장부를 겨냥한 반군의 테러와, 그에 대한 정부군의 보복 가능성으로 시리아는 이전보다 더 위험한 곳이 됐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사체서 뼈·치아 불법적출해 판매…한국은 안전할까
■ 68년간 도망다닌 ‘97살 나치 전범’ 체포
■ 회장님 출근길 때아닌 ‘경비영업 전쟁’
■ 안철수, 힐링캠프 출연…본격 대선행보?
■ [화보] 여의도 국회판 ‘악수의 품격’
■ 사체서 뼈·치아 불법적출해 판매…한국은 안전할까
■ 68년간 도망다닌 ‘97살 나치 전범’ 체포
■ 회장님 출근길 때아닌 ‘경비영업 전쟁’
■ 안철수, 힐링캠프 출연…본격 대선행보?
■ [화보] 여의도 국회판 ‘악수의 품격’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