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2009년 대선 부정선거 항의시위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한 통화가치 폭락으로 상인들이 주축이 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이란 수도 테헤란 도심에서는 이란 통화 리알 가치의 폭락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져,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시위에는 이슬람 혁명의 지지자였던 전통시장 바자르의 상인들이 동조하는 양상을 보여 아마디네자드 정권의 지지기반에 큰 균열을 예고했다.
시위대들은 이란 중앙은행 앞에서 모여 중앙은행 총재의 사임과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고, 일부 시위대는 타이어와 쓰레기통에 불을 붙이는 등 과격한 양상을 보였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이날 시위는 테헤란 중심가의 그랜드 바자르 앞에서 시작돼 중앙은행 쪽으로 행진하면서 참가자가 늘어났다. 시위대에는 최근 리알 폭락으로 거래를 못하고 있는 환전상뿐 아니라 상인들도 참가했고, 바자르의 상점들은 시위에 동조하는 의미로 문을 닫았다.
테헤란의 바자르는 1979년 이란혁명에 자금을 제공하는 등 전통적으로 이란 정권의 최대 자금줄이었다. 바자르의 정치적 핵심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하메네이에 충성하는 단체인 모타레페이슬람연합협회이다. 테헤란바자르연합 의장인 아마드 카리미-에스파하니는 상인들이 안전 문제로 상점 문을 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가했던 불법 환전상을 수색해 검거했고 시위 참여자 일부도 연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에 참가한 상인들은 “최근 리알 가치 폭락에 따른 물가상승으로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아마디네자드 정권의 경제실정에 강력한 불만을 나타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은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데 물가가 하루에도 70%가 올라 필요한 의약품을 구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하다고 성토했다.
최근 들어 하루에도 15%씩 폭락하는 리알화 문제는 테헤란 도심에만 국한됐던 이날 시위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이란 정치권의 반아마디네자드 세력들도 의회에서 그를 소환하는 청문회를 소집하는 등 권력투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시위는 최근 정치권의 권력투쟁과 맞물려 내년 6월로 예정된 대선 전에 아마디네자드 하야로 비화될 수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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