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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남아공, 빛바래는 ‘만델라의 유산’

등록 2012-12-13 20:24수정 2012-12-13 22:44

ANC, 갈등·경제위기에 무능
파업노동자에 발포 34명 사망도
흑인들 생활여건 더 악화되기만
만델라의 건강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겪고 있는 혼란을 보여주는 거울일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2일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부인 그라사 마셸을 인용해 “올해 94살을 맞은 만델라가 폐에 염증이 재발해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현재 수토 프리토리아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만델라의 상태는 일단 호전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이컵 주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그의 상태가 나아져 의료진이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1994년 ‘화해와 용서’로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정책)의 어두운 역사를 극복해낸 남아공 사회는 현재 위기에 빠져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많은 이들이 만델라의 건강만큼이나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이후 남아공이 이뤄낸 유산이 빛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델라를 계승한 집권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주마 대통령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8월엔 주마 대통령이 발탁한 경찰청장이 파업을 벌이던 백금광산 흑인 노동자들에게 발포를 명령해 34명이 숨지고 78명이 다치는 비극이 터졌다. 이는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이후 남아공에서 발생한 최악의 발포 사고였다. 그로 인해 이 나라 경제를 떠받치는 광산업이 큰 타격을 받아 올 3분기 경제는 3년 만에 가장 낮은 1.2% 성장에 그쳤다. 정권을 둘러싼 각종 비리와 ‘이대로는 못살겠다’는 노동자들의 파업도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주마 대통령의 정책 실패로 당의 지지기반인 가난한 흑인들의 생활 여건이 크게 악화됐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리카민족회의는 16일부터 4500여명의 대의원들이 모여 차기 총재를 뽑는 당대회를 진행한다. 프랑스 <아에프페>(AFP) 통신은 칼레마 페트루스 모틀란테 부통령이 주마 대통령을 상대로 도전장을 냈다고 밝혔다. 남아공은 400명 정원의 하원에서 대통령을 뽑는 간선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이번 총재 선거가 2014년 5년 임기를 시작하는 사실상 대선 역할을 하게 된다.

남아공은 둘로 갈라서 있다. 아프리카민족회의의 한 관계자는 “주마에겐 현재 남아공이 겪고 있는 위기를 해결할 해답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신들은 “더 많은 대의원을 확보한 주마의 승리가 예상된다”고 예측하고 있다. 만델라 집권 시절을 기억하는 또 다른 당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남아공에는 꿈이 있었다. 우리는 역경에는 잘 대처했지만, 꿈에는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종간의 화해와 흑인들의 생활 향상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려 했던 만델라의 이상이 잘 실현되지 못한 현실에 대한 회한의 표현인 셈이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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