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레슬링 강국 인연으로
올림픽 퇴출 막으려 한목소리
AP “긴장완화 실마리 가능성”
올림픽 퇴출 막으려 한목소리
AP “긴장완화 실마리 가능성”
핵무기 개발과 경제제재로 ‘원수’ 사이인 미국과 이란이 레슬링 수호를 위해 ‘동지’가 됐다. <에이피>(AP) 통신은 미국을 포함해 러시아, 아제르바이젠, 벨라루스, 그루지아, 불가리아, 러시아 등 ‘레슬링 강국’ 10개국이 20일 이란 테헤란에서 모여 레슬링의 올림픽 퇴출 문제를 논의한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12일 2020년 올림픽에서 레슬링을 퇴출시키기로 결정한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국제적 모임이다. 이란 테헤란에선 전날인 19일부터 레슬링 월드컵이 열리고 있다. 비록 민간 차원의 교류이지만 1970년대 미국과 중국의 핑퐁외교처럼 ‘위기의 레슬링’이 위태로운 두 나라 관계를 호전시키는 데 기여하지 않겠냐는 기대도 흘러나온다.
미국 레슬링 국가대표팀 감독인 미치 헐은 <에이피>와의 인터뷰에서 “이란과 우리는 정치적으로 차이가 크지만 레슬링 구하기만큼은 함께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이란이 가장 강력한 레슬링 동맹국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스포츠 라이벌인 동시에 스포츠 동지”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번 월드컵 대회에 조던 버로스, 제이크 바너 등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 수상자들을 대거 참여시켰다.
이란 레슬링협회의 호자톨라 하티브도 “국제올림픽위원회의 결정을 저지시키는 데 이번 월드컵처럼 좋은 기회는 없다. 각국은 단합된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 현지언론인 <에테마드>는 미국이 이란을 ‘악의 축’이라고 비난했던 것을 빗대, 이란, 러시아, 미국을 ‘레슬링의 축’이라고 표현했다.
혹독한 경제제재로 반미감정이 높은 이란인들이 자연스럽게 미국과 레슬링 동맹을 맺게 된 것은, 레슬링이 이란인들에게 ‘국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랑받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고대의 이름난 페르시아왕들은 전투가 벌어졌을 때 레슬링으로 상대방을 제압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으며, 초대 시아파 성인인 이맘 알리도 레슬링에 능했다고 전해진다. 부패한 팔레비왕조에 저항했다가 의문사해 이란인들의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골람레자 타흐티도 레슬링 선수다. 이란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총 6개 금메달 중 3개를 레슬링에서 땄다.
<에이피> 통신은 “레슬링으로 인한 긴장완화가 두 나라 사이에 광범위한 이슈를 다루는 것까지 확대되진 않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핑퐁외교 때처럼 ‘아이스 브레이커’로서의 스포츠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1971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중국과 미국의 탁구선수들이 가까워져 미국팀을 중국에 초청하며 조성된 양국의 해빙무드는 이듬해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거쳐 1979년 두 나라 국교 수교로까지 이어졌다.
이란은 26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리는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독일과의 핵 협상을 앞두고, 농축우라늄을 연구용 원자로 원료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나름 성의를 보이고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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