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군 화학무기 사용 의혹 불구
강경 이슬람주의 반군에 개입 못해
독재 정권 방치도 문제 ‘속앓이’
강경 이슬람주의 반군에 개입 못해
독재 정권 방치도 문제 ‘속앓이’
“종파분쟁이라는 악마가 이라크로 넘어오고 있다.”
시아파-수니파 종파분쟁으로 위기에 휩싸인 이라크의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27일 전국에 생중계된 담화를 통해 이렇게 경고했다. 이라크에서 최근 5일 동안 무려 215명의 목숨을 앗아간 종파분쟁의 원인을 외부세력 탓으로 돌린 것이다.
알말리키 총리가 겨냥한 외부세력은 다름 아닌 시리아 반군이다. ‘중동 민주화’ 바람을 타고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철권통치에 저항하고 있는 ‘자유시리아군’이 이라크의 종파분쟁을 부추기는 세력으로 지목된 것이다. 시리아 반군 진영의 주축인 수니파가 이라크 내 수니파를 물밑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핑계처럼 들리는 알말리키 총리의 발언이 근거 없는 헛소문만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기를 꺼리는 이유도 이 말 속에 담겨 있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데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군사개입을 주저하는 원인이 시리아 반군 탓이라고 27일 보도했다. 시리아 반군이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주의 세력에 장악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리아 최대 상업도시 알레포 등 반군이 점령한 지역에선 빵집부터 발전소, 유전까지 모든 주요 시설들이 이슬람주의 세력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법원 판결도 이슬람 율법에 따라 내려지는 등 사실상 이슬람 국가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반면 지난 40여년간 시리아를 통치해온 아사드 정부는 세속주의 정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하면 ‘금지선’을 넘는 것”이라며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해 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 정보기관까지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인데도,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 반군이 미국에 적대적인 이슬람주의 세력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판단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딜레마를 잘 알고 있는 아사드 정권은 오히려 미국을 향해 ‘반군이 내전에서 승리할 경우 이슬람주의 정권이 들어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처음 시리아 반군을 주도한 세력은 민주적인 세속주의 정권을 지향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무관심으로 외부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데다 내전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으로 점점 이탈했고, 그 공백을 이슬람주의 세력이 채웠다. 현재 반군을 장악한 세력은 누스라 전선과 아흐라르 앗샴인데 이 가운데 누스라는 알카에다에 충성을 맹세했다고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이 반군을 공개적으로 적대시할 수도 없다. 시리아 내전 초기부터 아사드 정권은 반군을 “이슬람주의 단체와 연계된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했다. 만약 반군이 이슬람주의 세력으로 낙인찍히면, 시리아 국민들은 반군의 승리를 이슬람주의 정부 수립으로 인식하고, 오히려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반군 진영인 자유시리아군과 야권은 이슬람주의 세력과 선을 긋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스라 전선 등의 잘 훈련된 병력과 화력이 필요해 협력할 뿐, 그들의 이데올로기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유시리아군은 “(미국이 이슬람주의를 우려하는 것은) 반군을 돕지 않으려는 핑계에 불과하다. 시리아는 아프가니스탄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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