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4일 대선…후보 8명 확정
라프산자니·마샤이 심사 탈락
보수파중 사이드 잘릴리 선두
NYT “성직자 모든 권력 장악”
라프산자니·마샤이 심사 탈락
보수파중 사이드 잘릴리 선두
NYT “성직자 모든 권력 장악”
다음달 14일 치러질 이란 대통령선거에서 돌풍을 예고한 핵심 인사 2명이 후보 압축 과정에서 탈락했다(개혁파 라프산자니 깜짝 출마…이란 대선 ‘출렁’). 후보 자격 심사 권한을 지닌 이란 헌법수호위원회는 21일 등록 후보 686명 중 실제 선거에 출마할 후보로 8명을 확정해 발표했다. 하지만 개혁파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최측근인 에스판디야르 라힘 마샤이는 최종 후보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불편한 관계인 아마디네자드의 보좌관인 마샤이가 탈락하리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돼왔지만, 1989~1997년 대통령을 지낸 거물인 라프산자니조차 출마하지 못하게 된 건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헌법수호위원회는 라프산자니의 탈락 사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헌법수호위 쪽은 며칠 전부터 라프산자니가 ‘고령(78살)’이기 때문에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흘려왔다. 헌법수호위원회 대변인인 압바스 알리 카드코다에이는 하메네이가 명령한다면 두 사람을 다시 후보군에 넣을 수 있다고 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헌법수호위의 심사를 통과한 8명은 정치적 성향에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하메네이를 중심으로 한 보수적인 성직자 그룹과 마찰을 빚지 않을 인물들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사이드 잘릴리 전 이란핵협상 대표는 가장 보수적이고 강경한 인물이다. 골람 알리 하다드 아델 전 국회의장, 알리 악바르 벨라야티 전 외무장관은 하메네이의 고문을 맡고 있다. 모하마드 바케르 칼리바프 테헤란 시장은 학생 시위대를 진압한 자신의 경찰 경력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인물이다. 잘릴리 이전에 이란 핵협상 대표를 맡은 하산 로하니,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 시절에 부통령을 맡았던 모하마드 레자 아레프 정도가 중도개혁으로 분류된다.
<알자지라>는 하메네이가 라프산자니를 후보에서 탈락시킨 것은 다른 후보들과 달리 대내외 정책에서 자신에게 반대할 도전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경제난·외교적 고립 등을 헤쳐나가야 하는 국면에서 온건개혁파의 목소리를 배제하겠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더 나아가 이란의 정치적 퇴행을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뉴욕 타임스>는 “현 집권세력은 시아파 성직자와 군(혁명수비대)의 느슨한 연합체인데 라프산자니가 배제되면 대통령 역시 이들이 원하는 인물로 채우게 될 것”이라며 “1979년 이란혁명 이후 하나의 세력이 모든 국가권력기관을 장악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진보-보수의 다양한 세력의 견제와 경쟁 속에서 성장해온 이란 나름의 정치적 역동성이 저하되리라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성직자 그룹은 반대자들의 구심점이 돼온 대통령직을 폐지하길 원해 왔다”며 “확언하기 어렵지만 (대선 뒤)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외교 측면에서도 서방세계와 ‘핵 갈등’을 해소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워싱턴 포스트>는 “라프산자니는 능수능란한 정치가이자 실용주의자이기 때문에 서방과 관계를 잘 풀어갈 수 있다는 기대를 모았다”며 “유력 후보인 잘릴리가 당선된다면 현상유지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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