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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적군의 주검에서 심장을 꺼내 들고…
시리아 내전, 광기의 ‘유튜브 전쟁’

등록 2013-05-23 19:51수정 2013-05-24 08:34

정부군·반군, ‘비인간적’ 영상 경쟁
증오·적개심 확산 도구로 기술 악용

‘타임’ “식인의 금기까지 넘어선
시리아의 광기는 어디까지 갈까”
‘아랍의 봄’에 페이스북이 있었다면 시리아 내전엔 ‘유튜브 전쟁’이 있다.

2010~2011년 튀니지, 이집트에서 독재자를 몰아낸 페이스북은 독재자에 대한 저항의지를 고취시키고 평화로운 시위를 조직하는 민주화를 위한 도구였다. 그러나 10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시리아 내전에서 유튜브는 반군과 정부군의 잔혹행위가 경쟁적으로 펼쳐지는 피의 전장이다. <타임> 최신호는 지난 12일 유튜브에 올라온 27초짜리 동영상을 소개하며 시리아 내전에서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적개심을 부추기며 폭력을 확대하는지를 분석했다.

지금까지 88만5천여명이 본 이 비디오는 시리아 서부 도시 홈스를 기반으로 반군에 속한 ‘우마르 파루크 여단’을 이끌고 있는 칼리드 하마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죽은 정부군의 시신에서 심장과 폐를 꺼낸 뒤 카메라 화면에 대고 “바샤르 아사드(시리아 대통령)의 개야, 나는 네 심장과 간을 먹겠다”고 선언한다. 군중들의 환호 속에서 그는 피 묻은 살점을 이로 찢는다. 이 비디오는 3월26일 촬영된 것으로, 정부군은 반군이 잔인한 폭도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유튜브에 게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드는 이후 <타임>과 스카이프를 통한 인터뷰에서 “내가 적의 심장을 먹은 사람이 맞다. 맛이 좋았다. 죽은 군인은 아사드와 같은 알라위파다. 내 목표는 모든 알라위파를 다 죽여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임>은 “이처럼 잔인한 ‘식인’은 탈레반도, 알카에다도 하지 않았던 일”이라고 보도했다.

2011년 3월 발발한 시리아 사태는 처음엔 ‘아랍의 봄’의 흐름을 타고 독재자 아사드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됐지만 곧 내전으로 변해갔다. 분노가 고조된 데에는 그해 4월 유튜브에 올라온 ‘순교자 소년, 함자’라는 동영상도 한몫했다. 이 비디오엔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던 13살 소년이 고문을 받고 사지가 잘려 죽은 모습이 나온다. 지난 2년 동안 정부군과 반군이 각자 유튜브 등에 공개한 비디오들은 수없이 많다. ‘전리품’으로 적의 귀를 자르고 손가락을 베어내는 모습, 민간인을 마구 때려 살해하는 장면, 초토화된 마을에 겹겹이 쌓인 아이들의 주검…. 젊은 군인이 엄마와 통화하면서 “엄마, 들려? 나 지금 테러리스트를 죽이고 있어”라며 포로의 머리에 총을 쏘는 것도 있다.

이런 잔혹물들은 선과 악, 독재와 민주주의의 경계를 허물며, 정부군과 반군 양쪽 모두를 피에 굶주린 전범으로 만들어버린다. 미국은 독재자 아사드 처단에 나서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여론에 밀려 반군에 무기 지원을 고려하다가도 이 무기가 누구에게로 흘러갈지 몰라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반군 중 알카에다와 연계된 ‘누스라 전선’을 배제시키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인간을 먹는 하마드’는 ‘누스라 전선’과도 상관이 없다.

휴대폰 등을 이용해 손쉽게 영상을 찍고 인터넷에 올리는 환경이 갖춰지면서, 시리아 내전은 인류 최초의 ‘유튜브 전쟁’이 됐다. <타임>은 “식인의 금기까지 넘어선 시리아의 광기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 끝이 어디든 전세계 사람들은 웹을 통해 잔혹행위를 목도하게 됐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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