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언론은 소극적 보도
SNS서 지지영상·글 쏟아져
정부, 소셜미디어 차단 시도
부총리 “무력사용 잘못” 사과
시위 숨고르기…광장 점거 지
SNS서 지지영상·글 쏟아져
정부, 소셜미디어 차단 시도
부총리 “무력사용 잘못” 사과
시위 숨고르기…광장 점거 지
터키 시민들이 시위대에게 건넨 건 빵과 물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시위대가 ‘온라인’에서도 저항할 수 있도록 자신들이 유료로 쓰는 무선인터넷 연결 패스워드를 알려줬다. 2년 전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를 뒤흔든 소셜미디어(SNS)는 터키에서도 시위대들을 하나로 묶어세웠다.
페이스북, 트위터, 플리커, 텀블러, 유튜브에선 이번 시위를 점화시킨 이스탄불의 탁심광장 안 게지공원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페이스북 페이지 ‘탁심 게지공원 모임’에선 ‘터키인은 혼자가 아니야’ ‘타이이프, 집에나 가’ 등이 적힌 골판지들이 전시돼 있고, 시위대들이 쓰레기를 치우며 스스로 질서를 찾아가는 사진이 올라왔다. 트위터에선 해시태그(#) ‘저항하라 게지파크’를 달고 격려의 메시지들이 쏟아졌다. 이스탄불 축구팀 갈라타사라이에서 뛰는 네덜란드 축구선수 베슬러이 스네이더르는 ‘내 마음은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터키 사람들과 함께 있다’고 응원하는 트위트를 날렸다. 시위가 확산된 5월31일(현지시각)부터 지금까지 이스탄불 시위대들의 동선과 규모를 지도에 표시하는 동영상도 유튜브에서 돌아다닌다.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페이스북 등을 ‘위험한 존재’라고 비난했다.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에서처럼 소셜미디어를 차단하려는 정부의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됐다. 모바일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인 밤유저 사이트가 열리지 않았고, 주말엔 이스탄불과 주변 지역에서 페이스북·트위터 접근이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시도는 유령과의 술래잡기 같았다. 시민들은 트위터 등을 통해 인터넷 사이트 제한을 푸는 방법을 공유했고 동영상 방송을 사용할 수 있는 앱들을 소개했다.
이처럼 소셜미디어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기존 언론들의 무력함을 보여준다. 주요 신문들은 처음 시위가 번진 5월31일 이를 단신으로만 보도했고, 텔레비전 또한 매우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분노한 시민들은 2일엔 친정부 성향의 방송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로이터>는 3일 탁심광장 옆에 놓인 방송중계차엔 ‘도대체 어제는 어디 있었나?’ ‘패거리 언론, 매물로 나왔음’이라는 조롱의 말이 적혀 있었다고 보도했다.
최루탄과 돌멩이가 난무한 거리 시위는 4일 뷜렌트 아른츠 부총리의 사과에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에르도안 총리가 북아프리카를 순방중인 가운데, 아른츠 부총리는 “본래 탁심광장 재개발에 반대해 벌어진 시위는 ‘정당하고 합법적’이었으며,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은 잘못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탁심광장에선 ‘드디어 정부가 우리 말을 듣기 시작했다’며 기뻐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영국 <비비시>(BBC)는 이젠 최루탄이 사라졌다며 평화로운 시위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광장을 점령한 지 닷새째인 4일 밤에도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축구팬부터 하이힐을 신은 전문직 여성 등 광장에 모인 이들의 면면은 가지각색이었다.
소셜미디어가 이처럼 다양한 시민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은 것은 틀림없지만 에스엔에스는 결국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튀니지, 이집트에서 에스엔에스가 강력했던 까닭은 전체 인구의 40~50%에 이르는 젊은층이 경제난과 불평등의 직접적인 희생양이기 때문이었다. ‘아랍의 봄’ 당시 이집트의 청년실업률은 20% 중반대였고, 튀니지는 30%가 넘었다. 벤 알리 튀니지 대통령 하야의 원인이 된, 대학생 노점상 무함마드 부아지지의 분신이 온라인에서 폭발한 것은 겹겹이 쌓여온 오프라인에서의 분노와 절망감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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