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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세계최대 ‘소수’민족 쿠르드
시리아 내전 피해 이라크로

등록 2013-06-10 21:00수정 2013-06-11 08:30

나라 해체된 뒤 3000만명 ‘더부살이’
이라크 박해 피해 시리아행서 역전
“정부군·반군 모두 믿을 수 없어”

국경주변 난민캠프에 5만명 거주
이라크내 쿠르드자치정부 지원
피난민 늘 경우 감당하기 힘들듯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하자 독자적 주권국가를 꾸리지 못한 세계 최대의 소수민족, 쿠르드인들이 이라크행 엑소더스에 나서고 있다. 1980년대 이라크의 쿠르드인들이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의 박해를 피해 시리아로 대탈출을 시도한 상황이 역전된 셈이다.

<알자지라>는 9일 쿠르드인들의 난민촌이 세워진 이라크의 ‘도미즈 캠프’ 현장을 보도했다. 시리아-이라크 국경에서 60㎞ 떨어진 도시인 두호크 외곽에 자리잡은 도미즈 캠프엔 현재 5만여명이 살고 있다. <알자지라>는 9만여명의 시리아 난민이 머물고 있는 요르단의 자타리 캠프보다는 훨씬 안정되고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과 외부 구호기관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자타리 캠프에선 열악한 위생 상황, 식량과 물 부족 등으로 난민들이 몇차례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도미즈 캠프도 유엔난민기구(UNHCR)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이라크 내 쿠르드자치정부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마수드 바르자니 자치정부 대통령은 터키·레바논·요르단 등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쿠르드인들을 선뜻 맞아들였다. 시리아의 카미슐리에서 온 자영업자 압델카도르는 “도미즈 캠프에선 우리를 시리아인이 아니라 쿠르드인으로 받아들여준다”고 말했다.

시리아 내전에서도 쿠르드인들은 ‘낀 존재’다. 바샤르 아사드 정권과 반군 사이에 끼여 어느 쪽의 보호도 받지 못하던 이들은 두려움 속에 국경을 넘었다. 쿠르드인들은 대부분 수니파지만, 시아파인 아사드 정권은 물론 수니파인 반군도 신뢰하지 않는다. 세 아이의 어머니인 페리다는 “정부군이든 반군이든 무엇이든 저지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쿠르드인들은 언제나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결국 쿠르드인들을 받아줄 곳은 쿠르드인밖에 없었다. 이들은 쿠르드자치정부가 관할하는 이라크 동북부를 찾아 수백마일을 돌아왔다.

3000만~3800만명가량으로 추정되는 쿠르드인들은 오스만튀르크제국이 해체된 1차 세계대전 이후 터키, 이라크, 이란, 시리아 등지에 흩어져 살며 수난의 세월을 견뎌왔다. 터키는 쿠르드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1440만여명)이지만 ‘터키의 아버지’라 불리는 케말 파샤는 “쿠르드인들은 산에 사는 터키인일 뿐”이라며 쿠르드인의 독자적 정체성을 부정했다. 지난 4월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와 쿠르드족 반군 지도자인 압둘라 외잘란이 평화협정을 맺어 역사적 전기를 마련했으나, 쿠르드인들이 요구하는 헌법 개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이라크에선 걸프전 당시 쿠르드인들이 미국을 도왔다며 후세인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해 쿠르드인을 10만명 넘게 살해했다. 이후 미국 등의 지원 아래 쿠르드인들은 이라크 북동부에 자치정부를 세웠으나 중앙정부와는 여전히 껄끄러운 사이다. 쿠르드자치정부는 독자적으로 서방의 석유메이저와 계약을 맺고 석유를 수출해 이라크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하지만 시리아 내전이 격화되자,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도 시리아 쿠르드인을 돌보기가 점점 버거워지고 있다. 올 들어 도미즈 캠프엔 약 2만명의 시리아 쿠르드인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알자지라>는 바르자니 대통령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옷과 음식, 물을 공급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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