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년 혁명 때부터 권력핵심 참여
점진적 개혁 성공 가능성 점쳐
최고지도자·의회 등 보수 다수
이들이 발목 잡을땐 한계 직면
무사비 가택연금 해제 시금석
점진적 개혁 성공 가능성 점쳐
최고지도자·의회 등 보수 다수
이들이 발목 잡을땐 한계 직면
무사비 가택연금 해제 시금석
승리의 기쁨은 잠시 내려놓았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당선자는 16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만났다. 이틀 전 열린 대선에서 그는 하메네이가 지지한 보수파 후보들을 상대로 대승을 거둬 하메네이를 곤경에 빠뜨렸다. 그래도 두 사람의 만남은 우호적인 분위기였다고 이란 언론들이 전했다. 하메네이는 로하니에게 축하인사를 건넸고 성공을 기원했으며 국정 운영에 ‘필요한 지침’을 전달했다고 한다.
로하니가 이란을 얼마나 변화시킬지에 대해선 낙관과 의심이 교차한다. 로하니가 1979년 혁명 이후 군·의회·전문가회의 등 이란의 핵심 정치 과정에 참여해온 ‘인사이더’인 탓이다.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적 전망도, 경륜을 발휘해 점진적이나마 개혁에 성공하리라는 기대감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로하니는 이번 선거에서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개혁세력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하지만 성직자 출신답게 하메네이 등 보수적 성직자 그룹과도 사이가 좋다.
4년마다 돌아오는 대선 때마다 이란 전역이 정치적 열기로 들썩이지만, 실제 이란을 좌지우지하는 건 최고지도자다. 최고지도자는 군·행정·외교·사법부 전반을 관장한다. 대통령은 행정수반일 뿐이다. 국회나 최고지도자, 이슬람 성직자들의 협조 없이 대통령이 독자적인 정책을 실시하기는 불가능하다. 하메네이가 비록 이번 선거로 정치적 위상이 실추됐다고 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강력한 권력을 쥐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총선에서 구성된 9대 의회는 하메네이쪽 의원이 다수파다. 로하니가 당선 직후 “이란의 문제점은 하룻밤새에 풀 수 있는 게 아니다. 전문가와 협력해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한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이란이슬람공화국 창건 이후 유일한 개혁파 대통령이던 하타미(1997~2005년 재임)를 상기시키며 로하니의 성공 여부를 전망했다. 당시 70%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하타미는 국내에선 시민사회의 부활, 외국자본 활용, 부패 척결 등을 주장했다. 서방을 향해선 ‘문명간 대화’를 내세우며 활발한 교류를 시도했다. 의회도 실용파·개혁파가 다수를 차지해 여건이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가 밀어붙인 법안은 하메네이가 장악한 헌법수호위원회 등의 반대에 사사건건 부닥쳤다. 더욱이 2001년 출범한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이란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며 제재를 강화했다. 결국 하타미는 ‘미완의 개혁’이라는 평가 속에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에게 정권을 넘겨야 했다.
전문가들은 보수층과의 이해관계 조정에 능숙한 로하니가 하타미보다 장점을 더 발휘하리라 전망한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전문가인 알리 바에즈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 국립도서관장이던 하타미와 달리, 로하니는 정부 요직을 두루 거쳐 경험이 풍부하다. 중도파로서 보수와 개혁의 가교 구실을 할 수 있는 인물로 자신의 개혁을 좌절시킬 수 있는 이들과 경쟁하며 고립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로하니에겐 ‘균형감각’ 말고도 이번 선거에서 개혁파에게 진 빚도 갚아야 한다.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 대학의 알리 안사리 교수는 “개혁세력들이 요구하는 대로, 탄압받고 있는 야권 정치인인 미르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와 메디 카루비 전 국회의장을 가택연금에서 풀어줄 수 있느냐가 로하니의 첫 시험대”라고 지적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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