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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집트 ‘폭풍 속으로’…무르시 취임 1돌 축포는 없다

등록 2013-06-30 20:56수정 2013-07-01 08:42

이집트 아랍의 봄 이후 주요 사건 일지
이집트 아랍의 봄 이후 주요 사건 일지
“국민들은 정권 타도를 원한다”
수십만명 광장 집결 반정부 시위
국방장관 “폭력사태땐 군 개입”
2200만명 조기선거 청원 서명
“국민들은 정권 타도를 원한다.”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몰아냈던 구호가 다시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을 뒤덮었다. 취임 한돌을 맞은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최대 위기에 휩싸였다.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30일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두번째 혁명’을 외치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고 프랑스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친정부 시위대도 “무르시에게 시간이 필요하다.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며 맞섰지만, 이집트의 분열과 위기만 도드라졌다. 북부 만수라의 나일델타에서 온 반정부 시위대 무함마드 사미르는 <아에프페>에 “내가 뽑았고, 나를 배신했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무르시 때문에 여기에 왔다. 이집트는 타흐리르 광장에서 다시 해방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을 보면, 지금까지 2200만여명이 조기 대선을 요구하는 청원서에 서명했다. 이날 시위에 앞서 이미 곳곳에선 폭력시위가 벌어져 최소 4명이 숨졌다. 이집트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선 지난 28일 무르시 지지자와 반정부 시위대 간에 무력 충돌이 벌어졌다. 이 와중에 휴대전화로 시위를 촬영하던 미국인 대학생이 시위대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2011년 2월 시민들의 힘으로 무바라크의 30년 독재정권을 청산하고 제도적 민주주의를 이룬 이집트가 왜 이처럼 다시 들끓고 있을까? 국민들의 분노엔 끊이지 않는 정치적 불안과 사회적 혼란, 경제난이 자리잡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는 6월호에서 ‘아랍의 봄’ 이후 무법천지가 된 이집트의 상황을 다뤘다. 지난 2년 동안 이집트에선 살인사건이 3배, 무장강도가 12배 늘었다.

경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전임 무바라크 대통령 시절인 2009년과 2010년 경제성장률은 4.6%와 5.2%였으나, 혁명 이후인 2011년과 2012년의 성장률은 각각 1.8%와 1.9%에 불과하다. 정치적 혼란으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실업률은 치솟았다. 외환보유고가 2010년 말 360억달러에서 2년 만에 130억달러로 줄어들면서 이집트 파운드화 가치가 뚝 떨어졌다. 생필품 가격이 폭등하고, 전력난으로 관개시설을 돌릴 수 없어 식량 생산도 줄어들었다. 무르시 대통령도 이를 의식해 지난 26일 취임 1주년 기념 방송연설에서 연료 부족 등을 거론하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개혁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무르시의 정치력은 신뢰를 잃었다. 집권 초기 군부집단을 장악한 무르시는 이슬람주의자들이 다수인 의회를 발판으로 기반을 다졌으나 과도한 권력 독점욕을 보이며 반발에 부닥쳤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통령이 내린 결정은 최종적인 것으로 어떤 경우에도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헌법선언’을 발표했다가 논란 끝에 폐기해야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야당과 시민사회는 ‘구국전선’이라는 반무르시 단체를 꾸려 조직적으로 맞서고 있다. 이후 제헌의회에서 마련한 새 헌법안이 국민투표로 통과됐지만, 헌법 초안 작성에 이슬람주의자들만 참여했고 투표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갈등이 증폭됐다. 무르시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주의 세력과 세속주의를 견지하려는 사법부는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최고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선거법 일부가 위헌이라며 하원(인민의회)에 해산 명령을 내렸으며, 지난 2일엔 새 헌법 초안을 마련한 제헌의회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사법부, 의회, 행정부 어느 쪽도 이집트의 미래를 견인해나가기 힘든 상황에서, 군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압둘파타흐 시시 국방장관은 지난 23일 “30일 반정부 시위 도중 폭력 사태가 발생한다면 군부가 개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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