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지도자 잇단 암살…리비아·튀지니도 혼란 격화

민주화 상징 지역서 유혈 사태
정치·경제 불안 이집트 닮은꼴

‘민주주의 이행기’를 힘겹게 통과중이던 리비아, 튀니지에서도 이집트와 비슷한 구도로 정정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현재 유혈사태의 중심 무대가 2년 전에는 ‘아랍의 봄’ 저항의 출발지였다는 점이 역설적이다.

27일 오전 리비아 동부의 대도시인 벵가지 인근 쿠와이이피야 감옥에서 죄수 1200여명이 탈옥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벵가지는 무아마르 가다피의 40여년 독재에 맞서 일어난 반군의 거점지였다. 알리 자이단 총리는 27일 텔레비전 방송에 나와 “자신들이 사는 곳에 감옥이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 지역 주민들이 감옥을 공격했다”며 “당시 현장엔 특수부대가 있었지만 시민들에게 무력을 사용하지 말라는 상부 지시를 받았기 때문에 손을 쓸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27일 익명을 요구한 리비아 경찰 간부의 말을 인용해 “감옥 내부에서 군경 간부들끼리 분쟁을 벌여 총격이 오갔고, 이 틈을 타 죄수들이 불을 지르고 달아났다”고 보도했다.

이번 탈옥사태는 전날 벵가지에서 야권의 유력한 정치활동가이며 변호사인 압둘 살람 무스마리가 암살된 데 항의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는 등 혼란의 와중에 벌어졌다. 무스마리는 그동안 무슬림형제단을 매섭게 비판해 왔기 때문에 그의 지지자들은 암살의 배후로 무슬림형제단을 지목하며 분노하고 있다.

튀니지에선 이틀 전 괴한의 총에 맞아 숨진 야당 지도자 무함마드 브라흐미의 장례식이 27일 수도 튀니스에서 열렸다. 브라흐미는 세속주의 성향의 범아랍주의이자 사회주의자라고 <비비시>(BBC)는 전했다. 튀니지 국기로 덮인 그의 관이 지나간 튀니스 시가지에선 이슬람주의 집권당인 엔나흐다당에 대한 반대 시위가 벌어져 1명이 숨졌다. 장례식 이전엔 차량폭탄공격으로 경찰관이 부상을 입었다.

튀니지에선 지난 2월에도 좌파 정치연합체 ‘대중전선’의 지도자 슈크리 발아이드가 저격당한 뒤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함마디 지발리 총리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한 바 있다. 튀니스 뿐 아니라 브라흐미의 고향인 시디부지드에서도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여당 당사를 공격했다. 시디부지드는 지난 2010년 대학생 노점상 무함마드 부아지지가 분신한 곳으로 아랍 지역의 민주화 시위를 촉발시킨 상징으로 여겨져왔다.

이유주현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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