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현 정권 전복 기도 혐의
항소심서 군인·관료 등 254명에 유죄
이슬람주의 대 세속주의 대결 양상
항소심서 군인·관료 등 254명에 유죄
이슬람주의 대 세속주의 대결 양상
군 총사령관을 지낸 일케르 바쉬부으 장군 등 터키의 전·현직 군 고위간부와 언론인·정치인 등 250여명이 현재 총리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에 대해 쿠데타를 꾀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영국 <비비시>(BBC)는 5일 터키 고등법원이 에르도안 총리 집권 직후인 2003년 쿠데타를 기도한 혐의로 기소된 바쉬부으 장군에게 종신형을 선고한 것을 포함해 254명에 대해 징역형을 판결했다고 보도했다. 기소된 이들 중 21명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5년째 계속되고 있는 이 ‘에르게네콘 재판’은 전·현직 고위 장성, 언론인, 관리, 교수, 정치인 등 터키 사상 가장 많은 고위 인사들이 한꺼번에 쿠데타 모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에르게네콘은 신화적 장소인 동시에 극우 결사체를 가리킨다. 앙카라 인근 에르게네콘에서 숨겨져 있던 무기들이 대규모로 발견된 것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지난해 9월 열린 에르게네콘 1심 재판에선 피고인들 모두 6~2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엔 현재 터키를 움직이는 세력간의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현재의 터키공화국 출범 이래 군부는 정교분리와 세속주의를 대변하는 엘리트 세력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1960~80년대에 세차례 쿠데타를 일으켰을 뿐 아니라 현재 에르도안 총리가 이끄는 정의개발당(AKP)의 전신인 복지당이 집권했던 1997년에도 정권을 무너뜨려 터키의 안정을 해치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에르게네콘 사건이 쿠데타에 대한 처벌이라는 의미보다는, 세속주의 세력을 꺾고 이슬람주의를 강화시키려는 에르도안 총리의 정치적 음모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터키에선 지난 5월 에르도안의 이슬람주의 국가정책과 일방주의 정치 행태를 비판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졌으며 이후 경찰에 의해 시위대는 강제 해산됐으나 아직도 반정부 정서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재판이 세속주의 진영의 분노를 자극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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