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카이로 뒤덮은 ‘죽음의 냄새’…알자지라 “주검 대부분 총탄 박혀”

등록 2013-08-16 20:21수정 2013-08-16 22:16

이집트 유혈사태 638명 사망
수습 안끝나 희생자 더 늘듯
하루 전까지만 해도 붉은 피가 돌던 젊은이의 싱싱한 육체는 높은 기온 탓에 상하기 시작했다. 주검에 얼음덩어리를 끼워놓았지만 그마저도 녹아내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으로 쉴새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의 염기도, 부패를 늦출 순 없었다. <알자지라>는 15일(현지시각) 260여구의 주검이 안치된, 이집트 카이로 외곽 나스르시티에 있는 이만 모스크엔 죽음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고 보도했다. 이만 모스크는 전날 12시간 넘게 군경과 ‘무르시 지지 시위대’가 대치한 라바아광장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곳엔 임시 영안실이 차려졌다.

이집트 과도정부는 15일, 전날 카이로의 라바아 광장과 나흐다광장에서 벌어진 시위대 진압작전과 이집트 전역에서 벌어진 시위대와의 충돌로 638명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지난달 3일 군부의 개입으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축출되자 무르시 지지자들은 카이로 동쪽 라바아 아다위야 모스크 앞 광장과 카이로대학 주변 나흐다광장 2곳에 진을 치고 6주 동안 연좌시위를 벌였다. 과도정부는 이들이 해산 요구를 거부하자, 14일 불도저·장갑차·헬리콥터까지 동원해 무자비한 진압작전을 펼쳤다. 정부는 지금까지 공식 집계된 희생자 638명 가운데 라바아광장에서 288명, 나흐다광장에서 90명이 숨졌으며 나머지는 다른 곳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희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15일 희생자들이 모스크 3곳, 병원 3곳, 시체안치실 2곳 등 여러 곳에 나뉘어 있는데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알자지라>는 시신들엔 대부분 총탄이 박혀 있었지만, 불에 그을린 경우도 많았다고 보도했다. 불타버린 경우엔 신원 확인이 어려워 가족들이 애를 태웠다. 네 아이의 엄마인 사므르 바드리딘은 전날 오후 3시께 남편의 친구한테서 “남편이 순교했다”는 전화를 받고 이만 모스크로 달려왔으나 시신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경찰이 남편을 죽인 뒤 불태웠다”며 오열했다. 한 생존자는 <에이피>(AP) 통신에 “경찰들이 진압작전 막판에 광장 안에 있던 주검들을 불태우려고 해서 서둘러 시신을 모스크로 옮겨왔다”고 말했다.

14일의 진압작전을 계획한 한 고위 경찰은 <알자지라>에 “이날 작전은 이집트로부터 무슬림형제단이라는 암을 잘라내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다. 매우 합법적으로, 매우 조용히 전개됐다”고 주장했다. <알자지라>는 600여명에 이르는 엄청난 희생자가 나왔는데도, 무르시를 반대하는 국민들 중엔 이를 ‘감내할 만한 대가’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라바아광장에서 함께 농성을 벌이던 동생을 잃은 의사 마르완 사비르는 ‘감내할 만한 희생’이란 말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절규했다. “동생이 가슴에 총을 맞아 병원으로 옮기려고 했지만 경찰들은 구급차의 이동을 막았다. 어떻게, 무엇을 감내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설국열차’처럼 바퀴벌레만 먹고 산다면?
죄의식 없는 김용판과 원세훈, 진실 규명 바랐던 국민들 ‘모욕’
‘대출’ 검색광고 한번 클릭하면 2만6389원
[화보] 국정원 청문회 출석한 김용판의 야릇한 표정
[화보] 명품 근육의 도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