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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무슬림형제단 시위 전격 취소…이집트 유혈사태 ‘갈림길’

등록 2013-08-18 21:01수정 2013-08-19 08:26

※ 클릭하면 이미지가 크게 보입니다.
군경의 유혈진압 피할 목적
‘폭력 염증’ 국민여론도 감안
과도정부, 형제단 해산 논의
16~17일 모스크 시위 진압때
173명 죽고 1300여명 다쳐
이집트 과도정부를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해온 무슬림형제단이 18일 계획됐던 시위를 전격 취소했다. 과도정부의 강경 유혈진압을 피하려는 대응으로, 이집트 사태가 고비를 맞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이날 카이로에서 벌이려던 시위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형제단은 시위를 벌이려던 거리의 빌딩마다 군의 저격수들이 배치됐다며, 안전을 이유로 시위를 취소했다. 형제단은 이날 카이로 등 주요 도시에서 ‘반쿠데타 연대’ 주최로 수백명의 희생자를 낸 지난 14일의 강경 유혈진압 이후 5일째 항의시위를 연다고 밝혔었다.

과도정부는 이날 비상각의를 열고, 무슬림형제단을 법적으로 해산하는 안을 논의했다. 또 무슬림형제단 단원 등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에 나서 지금까지 1천여명을 체포해, 형제단의 지도부와 조직 붕괴에 들어갔다. 이날 카이로 등 주요 도시에서 적어도 300여명이 체포됐다. 앞서 과도정부는 16~17일 카이로 시내의 파트흐 모스크에 모여 대치하던 무함마드 무르시 지지자들에게 공격을 퍼부어 모스크를 점령하고 대부분의 시위대를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적어도 173명이 숨지고 1300여명이 다쳤다.

과도정부의 실질적 지도자인 압둘팟타흐 시시 국방장관은 이날 군지휘관 회의 뒤 “우리는 국가와 국민의 파괴를 침묵하며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며 군이 더 이상의 폭력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시 강경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시시 장관은 군은 정권을 잡을 의도가 없다며, 무르시 지지자 등 이슬람주의 세력도 정치 일정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형제단의 이날 시위 취소는 유혈사태를 아랑곳하지 않는 과도정부의 강경 조처와 폭력사태에 염증을 보이는 국민 여론을 고려한 조처로 보인다. 폭력사태가 계속될 경우, 과도정부의 강경책에 정당성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비폭력 평화투쟁을 내세우는 무슬림형제단의 조직이 궤멸될 위기에 봉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짐 바블라위 총리는 이날 사회단체들의 허가권을 지닌 정부 부처인 사회연대부에 무슬림형제단을 법적으로 해소하는 안을 제시했고, 사회연대부는 15일 안에 해산을 결정할 수 있다. 형제단은 1928년 창립됐다가 1954년 가말 압델 나세르 대통령 때 불법화된 뒤 지난 3월 법원 판결로 합법화됐다. 불법단체가 되면 무슬림형제단은 시위를 비롯해 일체의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모든 자산이 당국에 압류된다.

한편, 유럽연합은 이집트와의 관계를 재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헤르만 반롬푀이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공동성명에서 “민주주의와 기본권에 대한 요구는 피로 씻어낼 수 없는 것”이라며 이집트 과도정부가 유혈진압을 중단하지 않으면 유럽연합과의 관계를 재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무바라크 공안통치 실무세력 복귀
‘이슬람주의에 대한 보복’으로 증폭

과도정부 ‘유혈 진압’ 배경

“이집트는 지금 완전 양분
가족들 사이서도 의견 갈려”

이집트 과도정부가 폭주하는 배경에는 과거 공안세력의 완전한 복귀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3일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몰아낸 과도정부는 ‘국민화합과 민주주의 이행’이라는 애초 발표와 달리, 시종일관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주의 세력의 박멸에 초점을 맞췄다. 무르시 지지자들의 연좌시위 문제를 놓고 과도정부와 협상한 미국 관리는 “그들이 우리에게 알리려는 것은 무슬림형제단이 테러분자 그룹이라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현지시각) 전했다.

이 신문은 중재에 나선 린지 그레이엄 미국 상원의원의 말을 따서 “압둘파타흐 시시 국방장관은 집권 이후 권력에 중독된 것 같았다”며 “그의 주변엔 이번 기회에 이집트에서 무슬림형제단을 완전히 제거하려는 군부 장군들이 포진해 있다”고 지적했다. 시시의 멘토 격인 무함마드 투하미 장군은 무바라크 시절 반체제 인사 탄압을 주도한 정보부의 수장이 됐고, 투하미의 측근 마무드 히가지 장군은 그의 후임으로 군보안사령관에 임명됐다. 과도정부는 무바라크 시절 반체제 인사 체포와 고문을 자행한 경찰 부서들을 이미 복원시켰다. 과도정부 출범 이후 새로 임명된 주지사 대부분이 군경 출신이기도 하다.

군경의 강경 유혈 진압은 복귀한 과거 공안통치 실무세력들의 보복으로 증폭되고 있다고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인 채텀하우스의 연구원 마하 아짐이 <가디언> 기고에서 지적했다. 600여명이 숨진 14일의 강경 유혈 진압도 군경 실무세력들을 고려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짚었다. 한때 농성 장소를 포위하고 고사시키는 전술을 구사하려고 했지만, 그러면 경찰력이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주의 세력한테 전국적으로 보복당할 수 있다는 불만이 나왔다. 처음부터 강제 진압을 선호한 무함마드 이브라힘 내무장관은 압도적인 무력을 동원해 신속히 진압하는 방식을 주장했고, 군도 적극 호응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들 과거 공안세력 뒤엔 날로 공고화되는 반이슬람주의 지지층이 있다. <알자지라> 등 외신들은 이집트 국민 중엔 무르시 지지 시위대들을 ‘극단주의자’라거나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16~17일 무르시 지지자 수백여명이 군경과 대치한 카이로의 파타흐 모스크엔 반무르시 시위대들이 모여들었다. <에이피>(AP) 통신은 수천여명의 반 이슬람주의 시위대들이 모스크 밖에 서서 “신이시여, 무르시와 그 지지자들에게 복수를 내리소서”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비비시>(BBC)는 경찰들이 모스크에서 끌어낸 무르시 지지자들을 호송하는 과정에서 반무르시 시위대에게 공격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 정도였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신시아 슈나이더 조지타운대 교수는 <시엔엔>(CNN) 인터넷판 기고에서 이집트는 지금 이슬람주의 대 세속주의 세력으로 완전히 양분됐고, 가족 사이에서도 최근 사태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이 일반적 풍경이라고 진단했다.

이유주현 기자, 정의길 선임기자


아랍보수왕정·이스라엘 공동이해
미국의 군사적 압력 등 차단 로비

국외에 ‘든든한 배후’

아랍에미리트, 은밀히 진압촉구
이스라엘 “워싱턴 상대 로비”

특사격으로 카이로를 방문한 미국의 린지 그레이엄과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지난 6일(현지시각) 하짐 비블라위 이집트 임시 총리를 만나 ‘민주주의는 법질서를 지키는 것이다’라는 도덕 강의를 들어야 했다. 그레이엄은 비블라위에게 “당신이 법의 통치를 설교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선거에서 몇표나 얻었냐? 당신은 선거도 치르지 않았다”고 화를 냈다. 두 의원은 ‘비블라위 총리는 재앙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큰 재앙은 그 다음날 일어났다.

이집트 과도정부는 핵심 중재 사안인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지지자들의 연좌농성 시위와 관련해 모든 외교적 노력이 실패했다고 7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미국 등 국제 중재단과 이집트 과도정부는 협상 실패를 공표하지 않고 계속 협상하기로 합의한 터였다. 이집트 과도정부는 그로부터 1주일 뒤 유혈진압을 감행해 1000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7일 이집트 사태를 중재하려는 미국의 외교가 어떻게 실패했는지에 대한 장문의 기사에서 위의 일화를 소개했다. 신문은 이집트 과도정부의 이런 일방적 독주를 가능케 한 외부 조건으로 아랍 보수왕정과 이스라엘의 전폭적인 지지를 들었다.

중동에서 이슬람주의를 공통의 적으로 생각하는 아랍 보수왕정과 이스라엘이 이집트 과도정부의 무슬림형제단 탄압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미국 등 서방의 압력을 막아주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중재 노력은, 이집트의 실권자인 압둘 파타흐 시시 국방장관이 7월24일 ‘이슬람주의 테러 세력 격퇴’를 명분으로 지지 세력에게 거리로 나서라고 촉구하는 공식성명을 발표하자 본격화됐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중동 국가들을 동원해 무슬림형제단과 과도정부 모두에게 타협을 압박할 협상단을 조직했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연합은 오히려 이집트 군부에 시위 진압을 은밀하게 촉구했다고 서방 외교관들이 전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무르시가 축출되자마자 이집트 과도정부에 수십억달러의 원조를 약속하며, 미국 등 서방의 원조 중단 위협을 무력화했다.

시시 장관 등 이집트 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스라엘은 미국 의회를 맡았다. 이스라엘은 시시 장관 및 그 측근들과 긴밀하게 접촉하며, 미국의 원조 중단 위협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득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서방 외교관들의 말을 따서 보도했다.

미국의 가장 강력한 로비단체인 ‘미국이스라엘공공문제위원회’는 이집트에 대한 군사원조 중단을 제안한 랜드 폴 상원의원의 법안을 무력화시키는 로비를 벌였다. 위원회는 7월31일 상원의원 전원에게 편지를 보내 “그 법안은 이스라엘과 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안은 그날 86 대 13으로 부결됐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집트 과도정부를 지키려고 워싱턴을 상대로 로비를 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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