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터키 이스탄불 탁심광장 중앙의 ‘공화국 건립 기념 동상’ 근처를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르포 l 반정부 시위 진압 100여일…터키 탁심광장에 가다
무장 경찰들 탁심광장 점거중
고무총탄에 맞아 청년 숨진뒤
시위 열기 달아올라 ‘긴장감’
“시민이 보수정부에 경고음 내야”
무장 경찰들 탁심광장 점거중
고무총탄에 맞아 청년 숨진뒤
시위 열기 달아올라 ‘긴장감’
“시민이 보수정부에 경고음 내야”
지난 6월 뜨거운 여름을 보낸 터키 이스탄불 탁심광장엔 이제 차가운 긴장감이 흘렀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일방주의 정치에 반대해 일어난 시위가 정부의 무력 진압으로 사그라진 지 100여일이 흐른 지난달 29일. 탁심광장은 소총을 든 경찰들로 둘러싸여 있었고, 광장 서쪽엔 시위대를 겨냥하던 경찰의 물대포 차량이 여전했다. 광장 한복판, 터키 ‘근대화의 아버지’이자 초대 대통령인 케말 아타튀르크의 초상이 걸린 아타튀르크문화관 옥상에서도 경찰이 2명씩 조를 이뤄 광장을 주시하고 있었다. 탁심광장은 반정부시위의 방아쇠를 당긴 게지공원 재개발 반대 시위가 시작된 곳으로 터키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시위 이후 한동안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탁심광장의 분위기는 최근 들어 다시 살벌해졌다. 한 청년의 죽음이 도화선이 됐다. 지난달 9일 터키 남부 하타이주 안타키아시에서 아흐메드 아타칸(22)이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최루액과 고무총탄을 맞고 숨졌다. 아타칸의 장례식이 열리던 날 2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다시 탁심광장에 모였다. “시위대가 국가 이미지를 심각하게 손상시키고 있다”는 알리바바칸 재무장관의 지난달 27일 발언이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광장으로 몰려들었고 시위 열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탁심광장에서 신문과 음료수 등을 파는 아르귄 바하드쉬(22)는 “어제(9월28일)도 무장한 경찰이 시위대의 얼굴에 최루액을 뿌리며 진압했다. 8월 이후 조용하던 광장 분위기가 다시 경직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외즈퀴르 비첼(29)도 “시민들이 평화롭게 목소리를 내는데도 경찰은 최루액을 뿌리며 진압하고, 다수 언론이 침묵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장을 찾은 이들은 ‘행동’을 강조했다. 시위가 한창이던 6월에 탁심광장을 자주 찾았다는 호텔 직원 비르체 오스쿤(23)은 “공화국을 상징하는 국기와 촛불을 들고나간 기억은, 공화국 이념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다른 일도 저항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6월 시위 사진집’을 팔고 있는 압둘 하만(22)도 “게지공원을 지켜내고, 점점 더 보수적으로 변하는 정부에 경고음을 내는 일은 시민 모두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달 30일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의 정치 참여와 사립학교의 쿠르드어 교육을 확대하는 한편, 판사·검사·경찰·군인을 제외한 여성 공직자들이 이슬람 전통 두건인 ‘히잡’을 착용할 수 있도록 하는 ‘민주화 종합 개혁안’을 발표했다. 3선인 에르도안 총리는 연임 제한 규정에 따라 2015년 총선 출마가 불가능해, 내년 대선에서 첫 직선 대통령을 노리고 있다.
이스탄불/글·사진 박승헌 기자, 이유주현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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