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뒤 반쿠데타 정서 고조
대학 안 항의시위도 폭력진압
무르시 재판 4일 처음 열려
쿠데타 핵심 시시 국방장관
인기 치솟아 대선 출마 유력
대학 안 항의시위도 폭력진압
무르시 재판 4일 처음 열려
쿠데타 핵심 시시 국방장관
인기 치솟아 대선 출마 유력
30일 이집트에서 가장 권위있는 최고종교기관인 아즈하르 대학 캠퍼스까지 경찰의 곤봉이 날아들었다. 무슬림형제단이 모태가 된 정의개발당의 부총재인 잇삼 아리안도 이날 석달여 수배 끝에 자택에서 검거됐다. 아리안의 체포로, 지난 7월 군 쿠데타로 쫓겨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정권에 대한 ‘권력 청산’ 작업도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 8월14일 라바아 아다위야 모스크와 나흐다 광장에서 친무르시 시위대 600여명이 숨지는 대학살극이 벌어진 뒤 거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다. 참극이 벌어졌던 라바아 광장 등은 여전히 출입금지구역이다. 이에 최근 몇주 동안은 아즈하르 대학, 카이로 대학 등 몇몇 대학 캠퍼스에서 반쿠데타 시위가 이어졌다. 학생들은 몇 차례 학교 밖에서 시위를 벌이려고 교문 앞을 나섰지만, 그때마다 경찰의 최루탄이 앞길을 막았다.
이집트 경찰이 이날 아즈하르의 학내까지 진입한 것은 잇삼 아리안이 붙잡힌 것이 계기가 됐다. 카이로 외곽의 자신의 자택에서 체포되는 아리안의 사진이 배포되자, 무르시를 지지하는 학생들은 학내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아리안은 정의개발당에서 가장 저명한 정치인 중 하나로, <뉴욕타임스>는 그를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시절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탄압, 정의개발당의 선거 승리, 권력 장악과 좌절 등을 체현한 인물이라고 묘사했다. 아리안은 정의개발당과 정부 정책에 이슬람주의적인 색깔을 더 강화할 것을 주장했고, 그 과정에서 온건파와의 권력투쟁에 승리했다. 지난 7월 쿠데타 직후 그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으나 26차례나 체포에 실패했다.
그의 체포 소식은 반쿠데타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알자지라>는 성이 난 학생들이 학교 행정실로 몰려가 사무실을 점거하고 의자·유리창 등 기물을 파손했다고 전했다. 한 학생은 “시시(압둘 파타흐 시시 국방장관)는 개다. 물러나라”고 외쳤고, 한 경찰은 “보이는 사람은 놓치지 말고 다 붙잡으라”고 지시했다. <비비시>(BBC)는 학생들의 행동이 격해진 것은 아리안의 체포 뿐 아니라 이 대학 총장인 아흐마드 무함마드 타이입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고 짚었다. 이집트에서 가장 존경받는 종교지도자 중 하나인 타이입 총장은 지난 7월 무르시 실각에 찬성해 쿠데타 세력에 명분과 힘을 실어주었다. 이날 경찰의 해산작전은 20여명의 학생이 체포되는 것으로 끝났다.
경찰의 이번 ‘아즈하르 캠퍼스 침탈 사건’은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반쿠데타 세력의 곤궁한 처지와 군부의 권력 장악이 더욱 견고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집트 과도 정부는 이미 헌법개정 작업을 하는 위원회를 구성했다. 또 연말에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내년 2월 총선을 실시하며 그 이후 대선을 치른다는 계획을 밝혔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11월4일 처음으로 법정에 선다.
무르시에게 발탁됐지만 무르시를 물러나게 한 시시 국방장관은 8월의 학살에도 점점 대중적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가디언>은 20일 이집트 현지 르포를 통해 카이로의 과자점엔 시시의 얼굴이 새겨진 초콜릿이 등장했고, 시시라는 이름이 새겨진 목걸이가 전시되고, 케밥 가게에선 ‘시시 샌드위치’가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시시는 정치 전면엔 나서지 않으면서 여론을 관망하고 있다. <가디언>은 시시가 대선 출마에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선 다른 경쟁자들은 감히 출마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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