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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민주주의와 인터넷 확산 힘입어…
아프리카에 ‘예술의 힘’ 꿈틀

등록 2014-01-09 20:23수정 2014-01-09 21:51

케냐의 3인조 그룹 ‘저스트 어 밴드’. 이들은 2003년 밴드를 결성해 재즈, 힙합, 일렉트로닉, 디스코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음악을 선보이면서, 음악을 통한 정치적 발언도 하고 있다. 저스트 어 밴드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케냐의 3인조 그룹 ‘저스트 어 밴드’. 이들은 2003년 밴드를 결성해 재즈, 힙합, 일렉트로닉, 디스코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음악을 선보이면서, 음악을 통한 정치적 발언도 하고 있다. 저스트 어 밴드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케냐 밴드 고문·경찰폭력 비판 음악
앙골라는 베니스 비엔날레 최고상
정체성 묻는 신예작가들도 등장
NYT “표현의 자유 예술 저변 넓혀”
칠흙같은 어둠에 갇혀 있던 젊은이가 눈을 뜬다. 곧 문이 열리고 건장한 남자 두명이 청년을 끌고 나가 의자에 묶는다. 그들은 청년의 흰 티셔츠가 피에 물들 때까지 몽둥이로 때리고 전기고문을 한다. 온몸을 찢는 듯한 자극에 정신을 잃은 청년의 눈앞에 어느덧 햇빛으로 반짝이는 들판이 펼쳐지고, 부드러운 멜로디가 산들바람처럼 다가와 청년의 상처를 보듬는다.

케냐에서 활동하는 남성 3인조 ‘저스트 어 밴드’의 뮤직비디오 ‘마타티조’(스와힐리어로 문제들이란 뜻)의 장면이다. 지난해 제작된 이 영상은 1980~1990년대 악명 높은 ‘냐요 하우스 고문실’에서 고통당한 이들을 위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이로비에 있는 이 건물 지하실은 한국의 남산 안기부나 남영동 대공분실처럼 ‘특수부’(현재는 국가안전정보원) 직원들이 당시 대니얼 아랍 모이 대통령의 독재에 반대하는 정치범들을 끌고 와 고문을 한 곳이다.

<뉴욕 타임스>는 8일 민주주의 확산과 인터넷의 발달에 힘입어 아프리카 몇몇 국가에서 싹트는 ‘새로운 예술’을 조명했다. 모이 대통령이 사임한 이듬해인 2003년 결성된 저스트 어 밴드는 초현실적이고 감각적인 영상으로 케냐의 첫 ‘인터넷 아이돌’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은 2008년 무렵부터 경찰이 시위대를 폭행하는 장면을 담은 뮤직비디오를 내놓는 등 음악으로 정치적 발언을 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아프리카의 저명한 작가인 비냐방가 와이나이나의 말을 빌려 “저스트 어 밴드의 음악에 나타난 진실과 순수성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유럽의 식민통치에서 독립하던 1960년대의 열정을 떠올리게 한다”고 평했다.

최근 중앙아프리카공화국·남수단의 분쟁에서 보듯,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은 여전히 독재와 부패, 폭력으로 바람 잘 날 없다. 그러나 이곳에도 예술의 싹이 자라고 있다. 작가 와이나이나는 “1990년대부터 직접선거 도입 등 민주주의가 성장해 예술인들을 위한 독립적인 교육기관들이 만들어졌다”며 “정치적 자유와 기술의 발전으로 아프리카인들이 스스로 상상하고 꿈꿀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2003년 케냐를 거점으로 만들어진 작가들의 연대기구인 ‘콰니 트러스트’는 아프리카의 정체성을 정면으로 다루는 뛰어난 신예 작가들의 산실이 됐다. 콰니 트러스트를 통해 등단한 케냐 여성 작가 이본 아이암보 오우오르는 2007년 부정선거로 벌어진 케냐 유혈사태를 배경으로 한 <더스트>라는 작품을 지난해 출간해 호평받았다.

나이지리아에선 미국의 ‘할리우드’, 인도의 ‘발리우드’에 이어 ‘날리우드’라고 불릴 정도로 영화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미술 분야도 활발하다.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선 처음으로 참가한 앙골라가 최고의 작품을 전시한 국가에 주는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2012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한 아프리카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짐바브웨 2곳에 불과했으나, 2013년엔 아이보리코스트·앙골라·케냐가 힘을 보태 5곳으로 늘었다. 영국 런던에 있는 테이트모던 갤러리는 2012년 여름 수단과 베냉의 작가들을 초대했다. <뉴욕 타임스>는 아프리카 각국 정부가 언론과 시민사회에 여전히 제약을 가하고 있지만 (권력에 대한) 감시견이자 교사인 인터넷과 표현의 자유가 맞물린 배경 위에서 아프리카 예술인들이 저변을 넓히고 있다고 짚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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