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아프리카서 유럽으로 밀입국
밀항 중개업자들 고의사고 다반사
국제이주기구 “올해만 2900명 숨져”
밀항 중개업자들 고의사고 다반사
국제이주기구 “올해만 2900명 숨져”
지난 6일 나일강과 지중해가 맞닿는 이집트 다미에타 항을 출발한 밀항선에 약 500명이 몸을 실었다. 내전 등으로 피폐해진 조국을 등지고 유럽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이들이었다. 여성과 어린이들도 많았다. 대부분 시리아, 수단, 이집트, 팔레스타인 출신들이 탄 난민선은 지중해의 섬 나라 몰타를 향했다. 출항한 지 나흘째인 10일 밀입국 중개업자들이 탄 배가 접근해 와 다른 배로 갈아탈 것을 요구했다. 갈아타야 할 배가 훨씬 작고 위험해 보여 500명의 난민들은 요구를 거부했다. 말다툼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러자 밀입국 중개업자들은 자신들의 배로 난민선을 들이받았다. 난민선은 지중해의 망망대해에 가라앉았다.
27살의 한 팔레스타인 남성은 겨우 구명부표를 잡을 수 있었다. 그는 “하루 반나절 동안 구명부표에 의지해 떠다녔다. 처음에는 나 말고도 6명이 같은 부표를 잡고 있었는데 하루 만에 모두 사라졌다. 그중에는 심장병에 걸린 아버지의 약값을 벌려고 유럽으로 가려던 이집트 젊은이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떠돌던 그는 간신히 파나마 선적의 컨테이너선에 구조됐다. 이 컨테이너선에는 이미 다른 난파 사고로 지중해에 빠진 난민 386명이 구조돼 타고 있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몰타 인근에서 지난 10일 발생한 난민선 침몰에서 약 5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구조된 사람은 9명뿐이라고 15일 밝혔다. 국제이주기구는 팔레스타인 출신 생존자 2명의 증언을 토대로 이처럼 밝히면서 “경찰 조사를 거쳐 생존자들의 증언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번 일은 사고가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전혀 존중하지 않은 대량 살인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14일에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앞바다에서 약 250명이 타고 있던 난민선이 전복돼 36명이 구조되고 200여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리비아 해군이 밝힌 바 있다.
올해 들어 중동과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가려고 난민선에 몸을 실었다가 지중해에 빠져 숨지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국제이주기구는 올해에만 2900명이 난파로 지중해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사망자 700명의 4배가 넘는 수치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올해 지중해에서 10만여명의 난민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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