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공습’ 중동 역학관계 변화
사우디 등 ‘아사드 정권 회생’ 불안
사태 장기화 땐 자국내 반발 우려도
시리아 ‘미, 공습통보’ 흘리며 미소
사우디 등 ‘아사드 정권 회생’ 불안
사태 장기화 땐 자국내 반발 우려도
시리아 ‘미, 공습통보’ 흘리며 미소
미국과 아랍 동맹국들이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근거지에 대한 공습을 개시한 직후 시리아 외무부는 공습이 시작되기 몇시간 전에 미국으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에 대해 아랍 국가에서 나온 첫 반응이었다. 정작 이번 공습에 참여한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카타르는 입을 다물었다. 공습에 참여한 사우디 등 수니파 보수 왕정들은 이슬람국가 탄생에 원죄가 있다. 시리아 내전에서 시아파인 바샤르 아사드 정권을 붕괴시키려고 수니파 반군들에게 돈과 물자를 지원하다가 이슬람국가 탄생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공습에 참여하기는 했으나 사우디 등의 속내는 여전히 복잡하다. 이슬람국가의 약화·붕괴는 아사드 정권의 회생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아사드 정권의 회생은 이란-시리아-헤즈볼라(레바논)로 이어지는 중동의 시아파 세력 연대가 더욱 강력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이라크의 시아파 정부까지 가세하면 시아파의 세력은 더 커진다.
이들 수니파 왕정국가 안에서 보수적 이슬람주의 세력의 압력도 만만치 않다. 1991년 걸프전 때 사우디 왕정이 자국에 미군을 주둔시키면서 이라크와 전쟁을 하자, 보수세력들은 ‘성지에 이교도를 끌어들여 무슬림 국가와 전쟁을 벌인다’며 분노했다. 이는 알카에다 결성으로 이어졌다. 사우디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의 보수적 성직자와 일부 귀족 세력들이 같은 수니파인 오사마 빈라덴과 알카에다의 숨은 후원자들이었다. 이번에도 사태가 장기화하면 국내 반발이 폭발할 수 있다.
반면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은 ‘표정 관리’ 중이다. 미국의 공습 사전통보를 공개한 것도, 자신들은 이 공습에 반대하지 않으며 미국이 실상은 자신들에게 적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아사드 정권으로서는 3년6개월 전 내전이 발발한 이후 계속 원해온 구도가 완성된 셈이다. 미국은 공식적으론 이슬람국가 격퇴 작전에 아사드 정권의 협조를 구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작전이 성공하려면 아사드 정권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사드 정권은 이제 미국의 손을 빌려 이슬람국가를 약화시키고, 그 공간을 자신들이 장악하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아파 맹주로서 시리아를 지원해온 이란 역시 아사드 정권과 비슷한 입장이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번 공습에 참여한 국가들을 “회개자들의 동맹”이라고 비꼬았다. 지난 몇년 동안 이슬람국가의 성장을 방조한 국가들이 이제는 싸우겠다고 나선다는 비아냥이다.
가장 고민스러운 나라는 터키다. 접경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발호한 이슬람국가와 비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해온 터키는 공습 확대에 가장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공습으로 이런 전략은 통하지 않게 됐다.
중동이 다시 전쟁의 불길에 휩싸였지만 정작 그 주체는 모호하기만 하다. 미국은 지상군 파견에 선을 긋고 있고, 주변 국가들은 모두 발을 깊게 담그길 꺼리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