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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슬람국가, 점령지 확대…쿠르드여성 ‘자살폭탄’ 항전

등록 2014-10-07 20:06수정 2014-10-07 23:30

시리아 쿠르드족 마을 코바니서
IS와 쿠르드 주민들 격렬한 전투
국제사회는 방관…함락 위기
IS, 바그다드 북동외곽까지 진격
전장에서 ‘아린 미르칸’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쿠르드주민방어단(YPG)의 여성전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데일라르 칸즈 하미스는 지난 5일 전선에 그대로 남기로 했다. 쿠르드주민방어단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공세에 밀려 후퇴했지만, 그는 홀로 남았다. 탄약도 떨어졌다. 곧 이슬람국가 무장대원들이 몰려오자, 하미스는 자신의 몸에 두른 폭탄을 터뜨렸다. 하미스와 10명의 이슬람국가 대원들이 현장에서 즉사했다.

3주째 이슬람국가에 포위돼 포격을 받던 터키 접경 시리아의 쿠르드족 마을 코바니의 일부가 6일 이슬람국가의 손에 들어갔다. 이슬람국가는 쿠르드주민방어단과 격렬한 시가전을 벌여 코바니 동부의 세 구역을 점령하고 전투를 계속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슬람국가의 코바니 진공은 미국이 9월23일부터 시리아로 공습을 확대한 뒤 이슬람국가가 거둔 최대 전과다. 미국이 아랍 동맹국들과 함께 벌인 공습이 별 효과가 없음을 입증한 것이다. 미군은 7일 아침 코바니에 몇차례 공습을 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위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코바니 전투는 무력화된 연합국의 공습과 인근 터키의 방조 의혹 속에서 국제사회가 손놓고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코바니 전투를 고대 스파르타 전사 300명이 페르시아의 침공에 맞서 전멸했던 ‘테르모필레 전투’의 쿠르드판이라고 지칭했다. 이슬람국가는 이라크와 시리아 정부군으로부터 탈취한 탱크와 중화기로 무장한 반면, 병력 2000~3000명인 쿠르드주민방어단은 고작 AK-47 소총과 수류탄으로만 항전하고 있다.

터키 산리우르파주 수루크 지역 교외의 한 언덕에서 6일 쿠르드족 터키인들이 국경너머 시리아 코바니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슬람국가와 쿠르드족 민병대의 격렬한 전투를 지켜보고 있다. 뒤쪽에 최근 배치된 터키 군의 탱크가 보인다.  수루크/AP 연합뉴스
터키 산리우르파주 수루크 지역 교외의 한 언덕에서 6일 쿠르드족 터키인들이 국경너머 시리아 코바니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슬람국가와 쿠르드족 민병대의 격렬한 전투를 지켜보고 있다. 뒤쪽에 최근 배치된 터키 군의 탱크가 보인다. 수루크/AP 연합뉴스
일요일인 지난 5일 이슬람국가와 쿠르드주민방어단은 50차례나 교전을 벌여 이슬람국가 대원 74명, 쿠르드 민병대원 15명이 사망하는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고 주민방어단 쪽이 밝혔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3주간 양쪽에서 최소 사망자 412명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날 전투에서 쿠르드 쪽은 이슬람국가를 저지하고, 이번 전투의 상징적 지점인 므시테누르 고지에서 이슬람국가 병력을 몰아냈다고 주장했다. 므시테누르 고지는 코바니 외곽에 있는 동산으로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하지만 이슬람국가는 곧 이 고지를 탈환하고, 자신들의 검은 깃발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쿠르드 여성전사 하미스는 폭탄을 안고 돌진하는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이슬람국가는 6일 도심 동쪽 외곽까지 진격해 도심 들머리 건물에 자신들의 깃발을 게양했다. 이 도시에 남은 쿠르드주민방어단의 한 대변인은 <인디펜던트>에 도심이 “곧 함락될 것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현재 코바니의 나이 든 쿠르드족 여성들은 수류탄을 지급받고, 전투 경험이 없는 젊은 여성들은 무장을 한 뒤 전선으로 나가고 있다고 난민들의 말을 인용해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코바니 방어청의 지도자인 에스마트 셰이크는 “전세계는 구경만 하면서 이 악마들이 모든 사람들을 죽이도록 방치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무기를 가지고라도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코바니가 완전 함락되면 이슬람국가는 이라크 모술에서 시리아 알레포까지의 영역을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더욱이 이슬람국가는 이라크 서부 라마디 일부도 장악했다. 또 바그다드 북동쪽 외곽으로까지 다시 진공해, 바그다드 도심을 포격할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했다. 미군은 바그다드 서부 팔루자에 격추 위험을 무릅쓰고 공격형 헬리콥터 아파치를 처음으로 배치했다고 밝혔다. 미군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정부군의 무능력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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