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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IS 인질 카드’에 일본·요르단 놀아나

등록 2015-01-29 19:53수정 2015-01-29 21:34

일본인 1명 처형 뒤 조건 계속 변경
요르단-일본, 인질 두고 간극 생겨
협력 유지 두 나라 관계 난처해져
IS, 코바니 패전 가려 일거 양득
국제적 관심끌고 연합국 분열 성공
이슬람국가(IS)가 일본인 인질 사태로 서방 연합국 쪽을 농락하며 전술과 선전전에서 최대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슬람국가는 지난 20일 고토 겐지 등 일본인 2명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발표한 이후 국제사회의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서방 연합국 내부에 균열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슬람국가는 이제 어떤 결과가 나와도 목적과 효과를 십이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이슬람권과 관계가 깊지 않은 일본 출신 인질사태 자체가 이슬람국가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크게 높였다. 이슬람국가는 일본인 인질 사태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동아시아까지 넓히는 데 성공했다. 일본 정부도 유럽과 미국 정부보다도 더 예민하게 반응해줬다. 자국 시민이 이슬람국가의 인질이 되는 초유의 사태에 충격을 받은 국내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슬람국가는 지난 24일 인질 중 한 명인 유카와 하루나를 처형했다고 발표한 뒤부터 석방조건을 계속 변경하며 연합국들을 교란하고 있다. 유카오 처형 뒤에는 고토의 석방 조건으로 요르단에서 폭탄 테러로 사형 판결을 받은 여성 수감자 사지다 리샤위(46)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리샤위는 2005년 57명을 숨지게 한 요르단 암만의 호텔 폭탄 테러 사건에 가담한 최초의 여성 폭탄 테러리스트 중 한 명이다.

10년 가까이 잊혀졌던 리샤위의 석방을 요구한 것은 이슬람국가와 싸우는 연합국 대오를 균열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요르단 언론인 린다 메아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슬람국가는 요르단을 일본과의 관계에서 난처한 입장으로 밀어넣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요르단의 주요 지원국이며, 시리아 난민을 위해 요르단에 1억5000만달러 등 중동에 2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질 사태에 초초해진 일본 정부의 전방위적 협상 노력은 오히려 이슬람국가의 입지를 넓혀줬다. 일본과 요르단 쪽이 리샤위의 석방 조건으로 이슬람국가가 억류 중인 요르단군 조종사 모아즈 유세프 카사스베의 석방 카드를 제시하면서 사태는 더욱 복잡하게 꼬였다. 리샤위를 고토·카사스베와 바꾸는 이른바 ‘2대1’ 교환이었다. 요르단에게도 리샤위 석방의 명분을 주기 위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이는 이슬람국가에게 카드 한장을 더 쥐어준 꼴이 됐다. 이슬람국가는 27일 고토를 내세워, “내 생명은 24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조종사에게는 남겨진 시간이 더 적다”고 협박했다. 이슬람국가는 리샤위를 석방하지 않으면, 조종사도 죽일 것이라고 보복 조건을 하나 더 추가한 것이다. 리샤위를 석방한다고 해서, 고토와 조종사까지 2명 모두를 석방해준다는 보장도 하지 않았다. 일본과 요르단으로서는 혹 하나를 더 붙인 꼴이 됐다.

그 뒤부터 요르단 정부 쪽은 카사스베와 리샤위의 교환에 협상 초점을 맞췄다. 일본은 리샤위가 석방되면 고토도 석방될 것이라고 겉으로는 말하면서도 당혹감에 휩싸였다. 이슬람국가는 재차 29일 고토와 리샤위의 교환이 성사되지 않으면 카사스베를 죽이겠다고 협박해 요르단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다. 리샤위는 고토와 교환되는 것이고, 이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카사스베의 죽음이 더해진다는 메시지이다. 카사스베가 석방된다는 조건은 명시되지 않았다.

요르단 내의 여론도 일본인 인질 석방이 우선 사안이 돼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악화됐다. 이슬람국가와의 전쟁 참가에 부정적인 여론도 비등했다. 27일 밤 암만에서는 요르단 국왕을 비난하고 카사스베의 석방을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 시위에 참가한 카사스베의 부모는 “아들이 공군에 입대할 때 우리는 그가 다른 나라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요르단을 방어한다고 기대했다”며 이슬람국가와의 전쟁은 요르단의 전쟁이 아니라고 분노했다.

일본인 인질 사태는 여론의 관심을 받고 몇달간 지속됐던 코바니 공방전에서 이슬람국가가 패퇴한 사실을 가리는 효과도 냈다. 고토와 카사스베의 동시 석방이 이뤄진다해도, 이슬람국가는 최대의 선전 효과와 함께 연합국 대오 균열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이미 얻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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