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살해 과정 담은 동영상 공개
충격·공포 극대화 노린 전술 분석
요르단 “피의 보복” 응징 맞서
UAE 공습 중단…연합국 균열
충격·공포 극대화 노린 전술 분석
요르단 “피의 보복” 응징 맞서
UAE 공습 중단…연합국 균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포로로 잡았던 요르단 조종사 모아즈 카사스베(26)를 불에 태워 살해하는 동영상을 3일 공개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요르단 정부는 이슬람국가가 석방을 요구해온 여성 테러범 사지다 리샤위(45) 등 2명의 사형을 집행했다.
이날 이슬람국가가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22분짜리 동영상에는 카사스베 중위가 철창에 갇힌 채 불에 타 살해되는 장면이 담겨있다. 카사스베가 입은 오렌지색 죄수복은 축축하게 젖어 있어, 미리 휘발유 등을 뿌린 것으로 추측된다. 요르단 군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슬람국가가 지난달 3일 이미 카사스베를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요르단 정부는 카사스베의 죽음을 확인하자마자, 4일 새벽 4시(현지시각)에 사지다와 알카에다 대원 지야드 카르볼리를 교수형에 처했다. 맘두 아메리 요르단 군 대변인은 “(카사스베가) 순교자로서 죽었다”며 “그의 피는 헛되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응징과 보복은 요르단 국민들의 실망 만큼이나 지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슬람국가는 최근 자신들이 살해한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의 석방 협상 과정에서, 카사스베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했고, 아울러 고토와 리샤위와 교환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이 당시 이슬람국가는 카사스베를 살해해놓고도 협상과 선전에 이용한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이슬람국가는 이번 인질 사건을 통해 선전효과 극대화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조종사를 이용해 이슬람국가 격퇴에 나선 연합국 쪽의 대오에 균열을 내는 데도 이용했다. 이슬람국가는 연합국의 폭격이 어린이들과 주민들을 불에 태워 죽이는 것이라며, 그 폭격을 수행한 조종사도 불에 타서 죽어야 한다는 보복 논리에 따라 카사스베를 잔인하게 불에 태워 살해했다. <뉴욕 타임스>는 아랍에미리트가 지난해 12월 카사스베 중위가 이슬람국가에 생포된 뒤 자국 조종사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공습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카사스베 중위 사건으로 요르단 압둘라 국왕의 미적지근한 군사동맹 동참 의지도 더 약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슬람국가는 인질과 포로들의 생명을 위협하며 여론의 관심을 집중시킨 뒤 잔인하게 살해함으로써 ‘충격과 공포’ 전술을 극대화했다. 이슬람국가의 잔인성은 적에게 공포감을 줘 무력화하고, 잠재적 동조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키려는 ‘충격과 공포’ 전술의 최대 도구다. 자신들의 폭력 행위를 정당화하는 교리를 정교하게 만들려했던 알카에다와 달리, 이슬람국가는 폭력 행위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은 “강한 말과 약한 말이 있을 때, 사람들은 본성적으로 강한 말을 좋아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슬람국가 지도자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테러를 통한 승리”를 강조하며, 이슬람국가 자체가 ‘승리하는 말’임을 적과 동조자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슬람국가는 지난해 6월 이런 충격과 공포 전술에 바탕한 전면적 전투를 통해 이라크군을 무력화시키고 수니파 민병대 세력들을 포섭하며, 이라크와 시리아 동북부 영역을 순식간에 장악했다.
이슬람국가가 서방 국가 등의 인질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을 주기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자신들이 서방 이교도와 싸우고 있다는 명분을 과시하려는 일종의 가상 전투이기도 하다. 이슬람국가는 사실 시아파 주민과 쿠르드족들을 희생시켜 현재의 영역을 확보했다는 이슬람권 내부의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폭격이 절정에 달했을 때, 이슬람국가는 팔레스타인은 돕지 않고 무슬림들만 학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이슬람국가가 입은 군사적인 타격도 인질 사건을 더 극악하게 처리하게 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슬람국가는 지난해부터 공방을 벌여온 시리아-터키 국경지역의 코바니 전투에서 최근 쿠르드족 민병대에 패퇴해 밀려났다. 이번 인질 사건은 여론의 관심을 ‘코바니 패배’에서 분산시키는 효과를 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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