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복 여학생들, 가혹한 괴롭힘 당해
“악담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잠시 붙잡혔기 때문에 ‘보코하람의 여자들’로 불렸다. 치복 지역 여학생들 중 일부는 가혹한 괴롭힘 때문에 결국 자신의 마을과 가족을 떠나야 했다.”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보코하람에 집단 납치됐다가 탈출한 치복 여학생들이 가혹한 낙인 때문에 다시 가족을 떠나는 신세가 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10일 전했다.
이들의 처지는 임신한 수십 명을 포함해 수개월간 보코하람에 감금됐다가 최근 구출된 수백명의 여학생과 여성들에게 좋지 않은 조짐이다. 보코하람의 손아귀에서 겨우 풀려났지만 정작 ‘소녀를 돌려달라’고 외치던 그들의 지역사회로부터 낙인찍혀 다시 내쫓기는 처지가 된 것이다.
나이지리아 출신인 바바툰데 오소티메힌 유엔 인구기금 사무총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 여성들의 존엄성을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인구기금은 여성과 소녀들에게 사회심리 상담과 모성 보건을 위한 치료를 제공하고 소녀들이 안심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수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납치됐다 풀려난 많은 여학생들을 인터뷰한 마우시 세군 휴먼라이츠워치 연구원은 “납치 초기 트럭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낮게 드리워진 나뭇가지를 잡고 도망친 여학생들도 그들의 용기에 대해 칭찬 받는 대신 ‘보코하람의 여자들’이라고 손가락질 당한다”고 개탄했다. 세군은 “이 소녀들은 강간은 커녕 접촉도 없었지만 보코하람과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누구든지 멸시받는다”고 말했다.
보코하람은 지난해 4월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주 치복공립여자중학교 기숙사에서 여학생 276명을 납치했다. 이 가운데 탈출에 성공한 57명을 제외한 219명이 1년 넘게 실종 상태다. 국제앰네스티(AI)는 최근 보코하람이 지난해 초부터 나이지리아에서 2000명이 넘는 소녀와 성인 여성을 납치했다고 밝혔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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