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들
1인당 소득 14만달러 카타르
7만달러 쿠웨이트 등 정착촌 없어
‘내전 격화 책임’ 사우디도 소극적
걸프국가들은 “미국·러시아 등 책임”
7만달러 쿠웨이트 등 정착촌 없어
‘내전 격화 책임’ 사우디도 소극적
걸프국가들은 “미국·러시아 등 책임”
시리아 난민을 가난한 이웃 국가들이 대부분 수용하고 있는데 반해, 부유한 중동 산유국들은 난민 수용을 꺼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시리아 내전 격화에 책임이 있는데도 나몰라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은 400만명 이상인데, 이들 중 약 90%를 시리아 이웃 국가들에서 수용하고 있다. 터키가 가장 많은 194만명, 레바논이 112만명, 그리고 요르단이 63만명을 수용하고 있다. 이라크(25만명)와 이집트(13만명)도 상당수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였다. 지난해부터 유럽으로 가는 시리아 난민이 급증하고 있지만, 유럽에 있는 시리아 난민은 모두 합쳐도 35만명 정도다.
그런데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시리아와 비교적 인접한 걸프 산유부국들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에는 현재 시리아 난민 정착촌이 단 1곳도 없다. 시리아 난민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뉴욕 타임스>는 5일(현지시각) 1인당 소득이 1만1000달러인 요르단과 2만달러인 터키가 시리아 난민을 대거 수용하고 있는데 견줘, 1인당 소득이 14만3000달러인 카타르, 7만1000달러인 쿠웨이트, 5만2000달러인 사우디는 난민 수용에 소극적이라고 꼬집었다. 신문은 사우디와 카타르는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맞서는 반군에 돈을 대면서, 난민 수용은 꺼리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시리아 내전이 격화된 데는 사우디와 카타르 같은 나라들의 책임도 있는데 내전의 산물인 난민 문제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것이다. 걸프 산유국들은 1951년 유엔이 채택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수니파인 사우디 등은 시아파인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기를 바라고 있다.
수십만명의 시리아인이 걸프 산유국들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대부분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시리아인이 이들 국가에 들어가려면 관광이나 취업비자를 받아야 한다. 걸프 산유국들은 시리아 난민을 자국에 받아들이는 대신 재정적 지원에 치중하고 있다. 올해 쿠웨이트는 유엔(UN) 시리아 기금에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3억4000만달러를 냈고 사우디는 1840만달러를 냈다.
아랍권 내부에서도 걸프 산유국들이 시리아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주 트위터에서는 “시리아 난민을 환영하는 것은 걸프 국가들의 의무”라는 아랍어 해시태그를 단 글이 3만3000건 이상 올라왔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걸프 국가들은 시리아 내전 때 반군과 아사드 정부군을 각각 지원해 내전을 격화시킨 미국과 유럽, 그리고 러시아와 이란에도 책임이 있는데 자신들한테 비판의 화살이 돌아온다고 반발한다. 사우디의 킹사우드대학의 칼리드 다킬 교수는 “시리아 내전의 배경에 누가 있느냐”며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와 이란을 비난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카타르의 전 외교관인 나세르 칼라피는 트위터에 “(서방이)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비판하며 “근시안적 정책을 펼쳤던 유럽과 미국이야말로 시리아 난민을 환영해야 한다”고 적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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